지금, 저는 두아이의 엄마예요.
예전엔 범생이 그자체였고, 대학생땐 미팅주선도 해가며 사람들 사귀는게 즐거웠었죠. 그러다가 친구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육년여동안 줄기차게 연애를 해서 결혼하게 되었지요...
결혼전 직장생활에서도 꼬박꼬박 적금 부어가며, 데이트비용도 충당하면서 지냈었죠. 그러다 무난히 결혼도하고, 이젠 살림만하며 살고 있지만, 애가 둘이돼다보니까 어디 꼼짝할 수가 있어야지요?
친한 친구도 만나기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가끔씩 제 동생이 친구처럼 찾아와주곤 했었어요.
동생은 어릴적부터 저랑 참 많이 달랐어요.
공부할땐 놀러다니고, 가출도 했었고, 남자친구도 끊임없이 바뀌었었고, 비싼 옷도 거침없이 사입었었지요.
그러다가 동생이 예쁜 딸아이를 낳았었어요. 저의 첫조카였어요.
그후 저도 애를 낳으며 서로 이런저런 얘기해가며 지냈는데...
어렵게 시집살이하면서 용케도 견뎌내던 동생이, 몇달전에는 끝내 이혼을 하고 말았어요.
가슴이 아파서 참 많이도 울었어요.
모른척 하며 냉정한 남편도 야속했고요,
끊임없이 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애기들도 힘들었지요.
그렇다고 어디 제맘대로 밖에 나가 술한잔할 수도 없었구요...
아직 애들이 37개월,12개월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동생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어주질 못했죠.
그러던 동생은 남자친구도 사귀었고, 동창모임도 나가며 즐겁게 솔로생활을 지내는 것 같았어요. 다시 미용실에도 취직을 했고요.
그나마 다행이죠.
그런데 제가 너무 외로운거있죠?
이젠 저희집에 놀러오지도 않고, 더이상 아이키우는 얘기도 공유할 수가 없게된거예요. 동생과 저는 더이상 같은 세계에 살지않는듯...
며칠전 뜬금없이 걸려온 동생전화,
"언니, 나 영국간다. 유학간 남자친구가 비행기 티켓 보내줬어.
갔다올께... 안녕"
그렇게 동생은 날아갔어요.
친정엔 카드연체통지서를 남겨둔채로...
봄이 오려는지, 아파트 단지에 겨우내 쌓여있던 눈이 스르르 녹고있어요. 그동안 얼었던 내마음도 녹아내리면 좋겠어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5년동안 집안에서 지내왔어요.
어쩌면 태어나서 지금껏 저 스스로의 규범속에서 맴돌았는지도 모르겠어요.
평소에는 행복함을 감사하지만, 가끔은 인생이 무언지 모르겠어요.
제나이 이제 서른,
고인이 돼버린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노래를 생각해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