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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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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다되었다고


BY 선민진 2003-07-29

밤새 비가 온 모양이다.  지금까지도 부슬부슬 하늘은 흐리다.

아침뉴스에는 카드빚으로 자살한 사람들의 얘기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

나도 한때 현금써비스에 의존해서 생활을 몇년해왔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건 빚뿐 더이상 줄지가 않았다.  그러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나도 일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빚은 더이상 늘어나지 않았지만 계속 갚아나가는 상황이다.

요즘은 보통 한집당 3000만원은 기본으로 빚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주택자금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서 매달 꼬박꼬박 원금보다 몇배나 많은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고 있다.

몇년을 빚을 갚아 나가야 할지 미지수이지만 없는 돈을 미리 당겨 쓴꼴이 되었으니 비싼이자를 줘가면서도 갚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살고있다.

세상은 온통 어두운 이야기 뿐이다.  느낌표나 일요일 일요일밤에 좋은나라 운동본부 같은 프로에서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종 캠페인이나 기획을 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온통 인간세상의 고통만 보일 뿐이다.  끝나지 않고 해결이 쉽지않은 수많은 고통들만 보인다.

자기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 남의 나라에서 불법으로 돈을 벌려고 오는 약소국 사람들의 비애를 본다.  형편이 어렵고 다쓰러져 가는 집만 골라서 완전히 새집으로 탈바꿈하는 러브하우스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이쁜집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하는 부러움도 생긴다.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해서 재산이나 땅을 셀수도 없이 가졌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썩은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제로 세금집행을 하는 최재원의 양심추적을 보면서 분노도 느낀다.  가장 세금을 잘내는 국민은 월급명세서를 받는 근로자들이기에 그들을 보면 정말 재산을 모두 몰수할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 심정도 든다.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돈이 있어야 행복을 느끼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이런건가  점점 화려하고 쾌락적인 것에만 눈을 돌리고 관심을 쏟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컴앞에 앉아서 티비앞에 앉아서 손가락으로 몇번 까딱거리면 사고싶은 물건이 배달되는 세상이다.  복잡한 세상속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전근대적인 한국의 수많은 악습들도 존재한다. 욕심때문에 욕망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파멸을 자초한다.

티비 공익광고에 나오는 카드남용하는 남자가 흰페인트같은 액체늪속으로 자신의 주민등록증이 보이는 지갑을 번쩍 든채 빠져드는 장면이 아주 인상깊다. 

한복일을 받아오는 한복집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여름내내 놀았더니 이젠 일하고 싶다고 아니 돈벌고 싶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집에서 컴도 실컷하고 친구사무실에 가서 정리를 해주기도 하고 그동안 일하느라 잘 못했던 집안일도 조금씩 해나가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도 하면서 다른사람들과는 남다를 얘기도 한다.  그것은 그 언니가 믿는 여호와 하느님의 얘기다.  내겐 아주 낯선 얘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언니는 여호와 증인이다.  나처럼 어두운 세상의 면모를 바라보는 관점은 같지만 해석하는 면은 아주 다른 사람이다.

언니의 입에서는 항상 때가 다되었노라고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한 나쁜신들이 육천년간 인간세상을 지배하는 통치권을 받아 인간세상을 마음대로 조정하여 그 때가 다 되어가니까 통치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점점 타락하여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런다.  세상 사람들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로인해 맞이하는 죽음도 거부하려 하겠지만 만약 종말이 온다면 하느님의 구원을 받지 못해서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며 절망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언니는 그런 나를 안타까워한다.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하느님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성경책도 주고 시사회지도 준다.  성경책 잠언 부분에는 인간 세상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부처님의 불제자이다.  언니는 불교뿐만아니라 각 종교의 병폐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해준다.  나도 익히 들어 알고있는 타락한 성직자들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원래 욕망의 화신인 인간이 구도의 길을 가기위해 버려야 하는 세상의 많은 쾌락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정신이상이 되거나 타락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천주교의 신부들이 욕정을 이기지 못해 어린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고 수녀들이 신부와 간통을 해 낳은 아이들의 시체를 수없이 매장한다는 얘기도 한다.

기독교의 목사들이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는다는 얘기도 한다.

불교의 스님들이 여신도들과 부정한 여행을 가거나 돈많은 신도의 돈을 울궈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써서 욕심을 채운다는 얘기도 한다.

실상 그랬다.  사찰에서 4년을 일하면서 사찰의 재정문제로 스님과 신도들과의 더러운 법적투쟁을 직접 관여한 입장이라서 신성하게만 여기고 한때 성직자가 되고 싶어던 꿈도 접은지 오래였다.  그길이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며 아무나 수도승이 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부처님의 가르침만 배우는 재가불자로 남기로 했다.

여호와를 믿으면 정신이상자와 마약중독자도 올바른정신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나를 언니는 자꾸만 사람들의 올무에 걸려 미신에 얽매여 인간이 만든 악습에 얽매여 마음고생에서 해방되는 길을 외면하지 말라며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에는 하느님을 믿은 선택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그런 기회를 포기하느냐며 안타까워한다.

그 언니에게 맞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할 힘이 부족해서 잘 설명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살다가 죽는날이 빨리 온다해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느님이 정말 계신다면 이렇게 험한 세상을 그냥 두지 않으시고 태초의 욕심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어야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불교서클활동을 하면서 가르치는 법사님이나 스님들한테 들은 바로는 서양은 점점 기독교 문화가 사라지고 우리나라에서 발달했던 정신문명과 자연속에서 살아가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 하고 불교의 사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한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서양의 나쁜점은 더 빨리 답습하고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쾌락에 심취하고 불교인보다 기독교인들이 더 많아지고 과거의 악습들이 점점 더 변형되어 극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결혼문화도 장례문화도 서양식으로 바뀌었지만 체면때문에 정작 배워야할 실속있고 간소화하는 절약정신은 배우지 못했다    

억눌려있던 성문화가 고개를 들고 잘못된 성교육으로 사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입양아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쾌락의 끝에 무책임하게 세상에 나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세계각국으로 수출되듯 양부모를 찾아가 잘되는 이들도 있겠지만 부모를 원망하고 비뚤어지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안에서조차 부모의 무책임함과 이기심으로 학대받고 버려지고 빛조차 못보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야만 살 수 있다.  남이 가진것은 다 가지고 싶고 잘 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살면서 그것이 잘못된 길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나도 세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꼬임에 넘어가서 후회하고 놀란적도 몇번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종교를 가진 후로는 많이 달라졌다.  의지력이 약한 사람은 종교가 있어야 한다.  진실된 종교를 찾기는 힘들지만 진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부처님께 올바른 길로 인도해달라고 기도한다. 

결혼을 하고나서 시모따라 마지못해 점쟁이집에 몇번 간 적도 있지만 그들은 좋은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모두 많은 돈을 들여서 집안의 안일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나혼자서 철학관에는 몇번 갔었다.  철학관은 점쟁이들과는 좀 달라서 부적을 쓴다거나 큰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태어난 시로 인하여 이름으로 인하여 인생이 결정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결혼 8년만에 얻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일부러 날짜를 뽑아서 제왕절개를 하는 언니도 있었다. 그런데 그아이가 태어난지 1년이 좀 지나서 그언니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큰 사기를 당해 좋았던 부부사이도 소원해지고 넉넉했던 가정경제도 아주 힘든상황이다. 

최근에 개명할려고 하는 친구때문에 알게된 철학관 아저씨는 부처님같은 말만 하였다.

연예인들의 경우 개명을 하는 것은 하나의 코스이다.  예명으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철학관에 가서 완전히 바꾸는 경우도 있다. 목적은 성공하기 위해서이다. 

철학관 아저씨는 사명감을 가지고 잘못된 이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아주 적은 돈으로 법적인 절차까지  밟아 개명을 해주는 일을 20년이 넘게 해오신 분이었다.  그래서 나도 집에서 애아빠가 지어준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그런걸 하고 싶지 않았지만 시모의 지나친 가족걱정때문에 몇십만원을 들여서 큰딸아이를 팔아줘야한다고 강요당하고 있다.

답답해서 찾아가 내 인생전체사주도 보고 아이들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지만 시모의 방법보다는 내 생각대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도 내 뜻에 수긍을 하는 편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다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들어가면 이름바꾸기는 더 힘들어지고 법적인 절차도 복잡하다고 한다.  철학관 아저씨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남들이 불러주는 이름뿐이라고 했다.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모의 강요에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은근히 말을 흘렸다.

 순리대로 살고싶지만 인생은 항상 걸림돌이 많다고한다.  피해가면 또 다른 걸림돌이 나오지만 치우면서 가면 좀 힘들지만 좋은날이 올거라고 한다.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평생 시험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니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