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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5

명자와 현미는 .


BY 하얀 가을 2003-07-25

..
-원산북 아이들의 골목대장-

명자네 언니들은
일찌감치 돈을 벌겠다고 객지로 나가고
옆집 현미네는
머시마 둘이가 어찌나 번잡스럽고 개걸스러운지,
하나있는 여동생을 툭하면 때린다

동생과 나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누구의 간섭이나 구속없이
자유로운 어린시절을 보낼수있었고
때문에 명자와 현미 나와 우리동생은
늘 함께 였다..

공기놀이도 함께 편갈라 했고,
강아지가 새끼낳을때도 함께 구경하였으며,
부뚜막위에 올려진 찬맛을 맛있게 비벼먹고는
현미네 엄마의 불호령도 함께 들어야 했다..
그 밥이 쉰밥인줄 모르고....,
쉰밥을 개에게 주려고 준비한 개밥인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은 네명의 계집애들은
다음날까지 줄기차게 토액질을 하였고
약까지 먹어야 했다...

우리동네가 철거되기 전까지는....
우린 그렇게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낼수있었다...

명자네는 식구가 많은 터라 집이 꽤 넓었다...
마당도 있고 사랑채도 있고...
강아지 두어마리가 어찌나 사나운지
명자네집 대문앞까지는 갈생각도 ..가고싶지도 않았다..
현미네집은 우리집만한 크기의 집 두개를 터서
한개로 만든집을 썼으니까
명자네집 만큼은 아니였지만 꽤 넓었고
딸 하나라는것 때문에 우리가 누릴수없었던
많은것들을 누림으로 동네 계집아이들에겐 늘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다섯평이나 됐을까?
우리집은,
장롱하나와 책상하나, 찬장 비슷한 물건하나가
살림의 전부였다..

우리집을 비롯한 빙 둘러 여러채의 집들에게 있었고
각 대문(그걸 대문이라고 하여야하나? 철판쪼가리 이어붙인
방 가리개쯤 해두는게 나을성 싶다)
에는 각각 번호가 써있었다
수돗물의 사용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허락된 시간뿐이였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집들의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우리 사촌 큰아버지는
늘 위험있으시고 점잖으셨다...

다들 큰아버지를 호랭이 영감이라 불리웠는데
왜 그들이 우리 큰아버지를 호랭이 영감이라
불렀는지 유년기의 내 머리속에 의심으로 남아있었다.

세월이 흘러 돈의 가치를 알고
있는자는 있는자대로 없는자는 없는자대로
세상살이를 이어가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는걸...
때문에 우리 자상하신 큰아버지는 그들에게는 늘
악독한 주인집 영감탱이였을 것임을
한참 후에야 난, 알수있었다......

명자네의 큰집과 현미네 부모가 베풀어주던 그녀만의 특권도
나와 우리동생에겐 별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주지 못햇다..
그럼에도 17호집 딸년은 기한번 꺾이지않고
동네 머시마들까지 휘어잡을 정도로 기가셌다...
그리하여 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에 골목대장을 할수있었고
계집애들뿐만아니라 머시마들까지 17호집 딸년은
두려움의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고있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나를 두려워했던건,
내 자신이 잘라서.. 혹은 골목대장감 이어서가 아니라,
집주인을 큰아버지로둔...,
그리고 그 큰아버지로부터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아이라는 특권때문이였다는걸
나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원산북아이들의 아르바이트-
있는자와 없는자...
부와 빈이 공존하던 우리의 유년시절...
학교에 가면 도시락반찬으로
친구들의 부류가 갈라졌고
동네에서는 군입정꺼리로 갈라지기시작했다..

가지고 있던 딱지와 사탕하나를 바꿔먹고...
라면 한봉지는 그들이 가진 놀이감의 전부를
내놓아야할만큼 좋은 간식꺼리였다..

우리 네명의 계집아이는
딱히 누가 용돈이라는걸 주는사람이 없었던터라
옥수수나 감자나 혹은 공동 목욕탕옆의 앵두열매,
뒷뜰에 심어져있는 몇그루의 감나무 배나무 열매들로 만족해야했다..

시장에서 파는 큰 감나무 배나무가 아니라
덜읽어 떫은 맛이 그대로인 감열매를
굵은 소금위에 절여놓아 떫은맛을 없애고야 먹을수 있고
배라고 해봤자 야구공만한 열매가 몇개 있었을 뿐이였다..

우리는 늘 과자가 먹고싶었고,
그런마음을 충족시키기엔
동네에 그것들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우린 결정을 하였다...
우리가 스스로 돈을 벌기로....

그건 의외로 쉬웠다...
특히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우리의 아르바이트는 절정에 달하였다..

우리동네에서 일키로정도 떨어져있는 곳에는 화장터가 있었다.
그곳 화장터는 현미네 아빠가 화장일을 보는지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 빠삭히 다 알고 있었고
죽은자의 명복을 빈다하여 던진 동전이였는지..
아니면 옷가지들을 태우다 그속에서 나온 동전들인지 모르지만
많은 동전이 나온다는걸 우린 알수 있었다..

화장터는 언제나 볍씨타는 냄새가 났다...
검게 그을린 담벼락 밑은 늘 볍씨냄새로
코끝을 흐리게 하였고 ,
누가 볼새라 우린 긴 막대기를 가지고
타다가 만 잿더미를 헤집고 다닌다..

허리한번 들지못하고 점심도 거른채
우리의 그 작업은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해가 어둑어둑해질무렵이면,
주머니에 제법 딸랑 거리는 동전들이 모아진다..

가지고온 막대기는 거기에 버리고
우리는 모아진 동전을 가지고
흐뭇한 마음으로 화장터를 내려온다...
그게 끝은 아니였다...

검게 그을린 동전을
우리는 다시 깨끗하게 벗겨야 한다
돌맹이 위에 놓고 발로 비비기를 여러차레...
이윽고 은빛 동전의 모습이 드러나고
우리는 환희의 탄성을 질렀지..

와.....~~
우리는 아니 나는,
누가 더 많이 줍고 덜줍고를 따지지 않았다...
현미는 종종 오백원짜리 동전을 줍기도 하고
우리동생은 가까스로 십원짜리 몇개를 주울때도 있다...

하지만 나...
그들의 보스(?)인 나는
그런 기준을 무시한채
같이 모은돈을 똑같이 배분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실천하였다
현미와 명자 그리고 우리동생은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었겠지만 내앞에서 말한마디 잘못하면
국물도 없음을 알기에 아무소리못하고
나누어진 동전을 두손으로 조심스레 받는다...
우리의 아르바이트는 보기좋게 성공한것이다...

깜깜한 저녁...
우리는 또다시 현미네집앞 평상에
벌러덩 누워 별을 센다...

저녁을 먹고 동생과 현미는
이키로가 넘어야 나오는 점빵엘 벌써 갔단다
나와 명자는 오늘 작업한 몇개의 동전을 가지고
행복한 상상을 한다...
명자는 이쁜 머리띠하나를 산다고 하고
나는 지갑하나가 사고 싶었다...
얼마가 더 모아지면 살수있나
우리는 행복한 고민에 쌓이곤 했었다...

저쪽에서 과자한봉지씩을 손에들고
입안가득히 오물오물 씹으며 현미와 동생이 걸어온다

그리고 나는 명자에게 이야기한다..

"명자야! 우리 내일은 인자네 엄마따라서 새우까러 가자..."

명자는 그러자라는 의미의 눈웃음을 지으며
현미와 동생을 부른다...
그들도 따라가겠지....

그렇게 우리의 아르바이트는
여름방학내내 우리를 행복하게 하였고
그 후로도 우린 가끔 그 아리바이트를 하며
나름의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

명자와 현미는 지금 어디서 무얼할까...
그리움하나 가슴을 채운다...

이청리 모임 펌
 



이청리 드라마틱 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11:16]

최고야 삶의 진솔함이 배어납니다. 계속 부탁드려도 되지요 ?  [11:30]

사령관 골목대장님이셔서 역시 다르시군요 . 침착하시면서도 잘하시고 계십니다. 핫팅수정삭제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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