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전 키가 크구요.몸은 말랐어요.
거기다가 얼굴은 작고 야위어 보여서 절 보는 사람들은
항상 절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구요,눈이 선하게 생겼대요.
그래서 절 보는 사람들은 제게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낀다고 해요.
생긴 것만 보자면 착하게 생기고 얌전하게 생기고 가냘프게 생기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게 잘 대해준답니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연하게 생긴 덕을 보는 것이지요.
저희 어머님은 체격이 좋으세요.
젊어서 많은 고생을 하셔서 그런지 지금은 허리도,다리도,어깨도 움직이시는 것조차
힘드실만큼 불편하시지만 겉으로는 아주 당당해 보이시고 건강해보이시지요.
엘리베에터에서 저희 고부를 만나게 되는 분들의 눈빛을 보면 한결같이
제겐 측은한 눈빛을,어머님껜 싸늘한 눈빛을 보내시지요.
그리고 한마디 인사라고 건네는 말씀이 어머님께 며느리 잘 두셔서 좋으시겠다는 제겐 민망한 말씀이지요.
그런데요.
저는 밥을 참 잘 먹어요.
저희 어머님 두 배는 먹을거예요.
어머님은 소화가 잘 안 되셔서 잘 못 드신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마 저는 못먹고 어머님만 잘 드시는줄 알거예요.
그리고 어머님은 상체가 하체보다 훨씬 살이 많으셔서 몇걸음만 걸으셔도 다리가 짓눌리셔서
아픈 시간이 평상이 되고 가끔 몸이 가뿐하실 때가 오히려 특별한 시간이 되지요.
오죽하면 밤에 주무시는 것조차 고통이라 순간 순간 베란다밖으로 몸을 던지고 싶다는 표현까지 하실까요.
그런 어머님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몸도 건강하신 분이 며느리 힘들게 분가시키지 않고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으시니 참 억울하실거예요.
어머님은 당신 나름대로는 며느리 도와 주신다고 애를 씁니다.
저도 그 마음을 고스란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집살이는 세월의 두께와는 관계없이 여전히맵고 싫어요.
어머님 잠깐 외출하시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누워서 텔레베젼 보는 것,점심 빵 한 개로 떼우는 것,
빨래며 청소같은 일 미뤘다가 제 마음 내킬 때 하는 것 등 아주 자잘한 일상에서의 조그만 자유들이랍니다.
그러니 그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 모여 모여 제 생활이 되는데 시집살이가 어찌 불편하지 않겠어요.
며느리인 제가 요런 마음을 먹고 있으니 주위분들의 측은해 하시는 말씀에 아니라고,힘들지 않다고 말씀드려도
제 얼굴에서 힘들어요하는 맘을 읽어내실거예요.
가끔은 어머님이 절 너무 힘들게 하실 때도 있고 저도 어느새 배짱이 생겨 고분고분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머님 안 계신 생각을 할라치면 미리 그리움이 생길만큼 세월따라 정도 들었어요.
열 번 미운 맘 생기면 한 번 이라도 고마웠던 기억을 끄집어내서라도 그 미움 삭힐려고 애를 쓰고
어머님도 제 말대꾸같은 변명 아니,변명같은 말대꾸에 화가 치미시다가도 잘못했다는 저의 사죄한마디면 금새 노여움을 푸시니
그럭저럭 고부가 미운 정,고운 정 쌓아갈 만도 하지요.
때로는 저도 시어머님 흉보는 며느리인데도 모든 사람들이 모두 절 천사라고 알고 계시니
제가 칭찬 받는 것도,어머님이 안 좋은 말씀 듣는 것도 참 민망스럽고 부끄럽게만 느껴진답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무거운 것을 들거나 다리가 아파서 힘들어 하시면
진심으로 애가 쓰여서 제가 달려가 대신 들어드리고 만져도 드리고 또 파스도 붙여드리고 하는 그 정도의 며느리는 되니
늘상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미워하시지만은 않으시겠지요.
늘 \"예,예\"밖에 못하는 며느리는 매력없지 않을까요?
그러니 어머님, 너무 억울해 하시지 않으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