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이 방학을 맞아서 모처럼 내려 왔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부모 곁에서 방학을 다 보내건만 요즘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얼굴 한번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녀석은 부모님에게 얼굴 보여 드리러 왔다고 능청을 떤다.
오던 날 밤에 녀석은 나름대로 효도를 한답시고 남편에게 장기를 두자고 했다.
아마 그냥 무료하게 티비만 보고있는 제 아비가 딱해 보였나 보다.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덮어쓰고 있던 장기판이 거실 한 복판에 펴지자 내가 먼저 반겼다.
예전에 새벽 이슬 맞고 다니던 남편을 집안에 붙들어 둘려고 남편을 졸라서 장기를 배운적이 있었다.
서른두개짜리 장기알이 펼치는 상상을 뛰어넘는 그 술수에 반해서 한동안 가지고 놀았었다.
父子의 탐색전이 시작되자 내 입이 근질 거렸다.
남편은 車包 각각 한마리를 떼어놓고 시작을 한다..(자기가 무슨 고수라고...ㅎㅎㅎㅎ)
아들 녀석은 한사코 만류를 한다.- 정정당당하게 붙는대나 어쩐다나....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車包를 떼어도 아들녀석은 남편에게 게임이 안된다
남편이 먼저 卒을 움직이자 아들녀석의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간다.
머릿속에는 갖가지 묘책이 도형을 그리고 있으렸다.
서로 노려보고있던 장기알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입도 덩달아 바빠진다.
"아고 이 녀석아.....그곳은 함정이여...."
"당신은 그 한마리 뿐인 車 마저도 폐차 시킬거유?"
"야 임마...卒이라고 함부로 죽이면 성은 누가 지키냐?"
"ㅉㅉㅉ 당신 말(馬)은 암만봐도 죽을 상이구만...."
부자 보다도 더 열을 올리는 나를보고 아들녀석은 죽어라고 웃는다.
"아고.우리 엄니.....이럴땐 꼭 애 같애....ㅎㅎㅎㅎ"
그때 아들녀석의 車가 관운장의 마굿간에다가 주차를 하는거였다.
아이구...큰일났다...
급한 마음에 아들녀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임마...가로 왈(曰)자 자리에 저 적토마가 눈에 안 비이냐?"
무소불위의 車가 죽으면 게임은 곤두박질 치는데....
그때 장기판을 노려보던 남편이 언성을 높힌다.
"어이 자네는 자네 볼일이나 봐...시끄러워서..원..."
ㅋㅋㅋㅋ 죽을줄 알았던 車가 살아나자 아마 열 받았나 부다.
"할일이 없는디......"
"그럼 음악이나 듣던지....채팅이나 하던지...."
머??.....채팅??....이 무슨 은총이냐??...........ㅎㅎㅎㅎ
나를 떼어버릴 심산으로 평소에 달갑잖게 여기던 컴하고 놀아라고 한다.
(매일 장기 두면 좋겠다....ㅎㅎㅎㅎㅎ)
"그럼, 나 바람 나는데?"
"바람이 나던 태풍이 나던....여기에 안 끼어들면 돼..."
컴을 켜고 있어도 두귀는 거실로 열려 있었다.
한수 물려달라는 아들녀석의 애원에 너털웃음 짓는 남편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모처럼 부자간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아빠를 아주 어려워 하는 아들 녀석이 항상 염려스러웠는데 ....
두시간에 걸친 부자의 게임은 아들녀석의 K.O패로 끝났다.
내가 훼방만 안 놓았으면 초장에 볼장 다 보았다고 한다.
車 한마리 가지고 아들녀석의 전사들을 다 뭉개버린 거였다.
아이고...속으론 아들녀석을 응원 했구만....
맞아죽어도 '캑'소리 못하는것 세가지가 있단다.
첫재는 남의 혼사에 초치는거...
둘째는 장사 흥정하는데 옆에서 염장 지르는거...
셋째는 옆에서 장기 훈수 드는 거....
안 맞아죽고 살아남은게 천행이유...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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