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만 되면 나는 전쟁을 치른다.
우리 집 애들은 뭔 이유에선지 지네 아빠네 식구덜 유전자를 쓰
잘데기 없는 것까정 다 이어받아,,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를
잘 앓는다.
결혼할 때 그 숨겨진 비밀(?)을 몰랐던 나는 아이를 낳고 해마
다 환절기면 안 하는 짓이 거의 없는, 그런 엄마가 되었다.
물론 병원도 잘 고치는 데라면 자르르륵~ 꿰고 있고, 한의학에
다 민간요법까정 두르르 꿰고 다닌다.
아무튼,
그래도 병원에는 필수적으로 다닌다.
병원비가 장난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지만,
그래서 병원 가는 일이 환절기때면 일상생활화가 되었지만,
나의 팔자려니 하고 하는 데까정 열심히 한다.
요즘 병원을 가면 더 열낼 기운도 없다. 의약 분업은 뭣하러 하
냐고 핏대 세우고 떠들어도 소용이 없고,,단지 죄가 있다면 아
픈 게 죄지...하고서..이 나라를 떠나지 않는 이상, 뭐 어쩔 수
없지 않나하는 비겁한 생각도 한다.
그?O는데,
밤을 꼬박 세우고 아침 일찍 기다리는 수고를 조금 덜어 보려고
세수만 한 채 병원으로 달려가 일찌감치 간호사도 나타나지 않
는 썰렁한 창구에 의료보험 카드를 이쁘게 놓았다. 나보다 더 더
욱 부지런한 몇 몇 아줌마들은 벌써 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었
다. 안 그러면 열두시가 다 되도록 집으로 돌아 갈 수가 없을 만
큼 대기시간은 지루하고 피곤한 탓이었다. ??,,다들 불쌍한 엄
마들..동지애로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뒤 늦게 나타난 어떤 아줌마,,,슬며시 카드를 끼워 넣
기 하는 거였다. 눈에 핏발이 선 나는 처음에 뭔가 오해려니 했
다.
-아줌마, 거기가 맨 앞이에요. 아줌마 카드는 저 끝에 놓으셔야
지요.
-어머, 난 여기가 맨 뒤 인줄 알았네.
몰랐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오죽하
면 저렇게 까지 할까..그런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어물쩡 하더니 그냥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였다.
다들 눈 뜨고 지켜 보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아니..이럴 수가?
나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아줌마! 거기가 맨 앞이라고 했잖아요?
손수 카드를 집어서 맨 뒤로 옮기며 나는 쏘아붙였다.
-아니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따져요?
-허억~~뭣이라?
-아줌마,그러고 싶으세요? 여기 안 바쁜 사람 있어요?
으윽~~~정말, 정말 싫었다.
다 알면서 모른척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사람이나 알면서 그냥
봐 주는 사람들이나.
내가 잘못 된 사람인가? 너무 나서는 건가?
나는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귀찮아서 시비하기 싫어서, 그냥 두는 게 옳은 일은 아
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일을 그냥 넘기는 것은 그
아줌마를 위해서도 좋은 게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병원에 가면 별별 사람 다 본다.
대부분은, 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몇 사람때문에 언제나 아줌마들이란~~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고, 아줌마라는 말이 주부,,라는 말보다 열등하게 들리
게 된다.
제발 전염병이 있는 아이라면,진료대기실에서 조차도 남의 아이
에게 옮기지 않게 엄마가 배려를 해야 할 것이며( 우리나라 대부
분의 병원에서는 전염병 환자가 와도 대기실에서 다른 경미한 환
자와 섞이든 말든, 옮던 말든 방치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료를 보겠다고 간호사나 의사에게 정당하지
않은(?)방법으로 대기 순서를 앞당겨보겠다며 추태를 보이지 말
자.
아픈 아이를 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엄마들의 가슴은 찢어지는
데, 이런 사소하고 원칙적인 일로 우리 서로의 가슴에 멍을 들이
지 않게 되기를..한 번 더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