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면 은근히 춥기도 해서
엄마몰래 장농속에 긴 셔츠를 꺼내입고
그때 나는 나프탈렌 냄새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포플린 꽃무늬 치마를 나폴거리며
고무신 신고 나선 곳은 집 앞의 복숭아 과수원이었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놀이 공간이기도 했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낙과가 생겨
우리는 그것 줍는 재미에 빠지기도 하였다.
주인한테 들키는 날이면
나이드신 어른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기도 하였었다.
어느날인가 그 날도 아마 동네 아이들 거의가
과수원 복숭아 나무 아래를 더듬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는 나무에 달린 열매를 슬쩍 따는 아이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라 떨어진 과일을 줍기만 하였었다.
그런데 언제 오셨는지 주인 아저씨의 발자욱 소리에
우리는 고무신이 벗겨지도록 도망을 쳐야했는데
몇명이 잡힌 모양이다.
그런데 그 날은 왠일인지 혼나지 않았다.
도리어 횡재를 한 날이기도 하였다.
요즘도 그러한가?
그때는 개구리가 참 많았었다.
비 오는 날이면 어디선가 풀쩍 뛰어 나오는 개구리땜에
길을 가다가도 놀래곤 하였는데
풀이 많은 과수원에는 개구리가 더 많았었다.
그 개구리를 잡아주면 복숭아를 준다길래
도망가던 우리와 잡힌 아이들 모두 개구리 잡이에 나섰던 적이 있다.
나야,,개구리를 잡는게 아니라 쫓으러 다니지 않았을까..
지금도 나는 강아지도 못 만지는 사람이라
살아있고 버둥대는 개구리를 어찌 잡았으랴..ㅎㅎ
아무튼 여러 악동들 덕분에 우리는 복숭아 한 바가지씩 얻었으나
대부분이 풋복숭아고 낙과인지라 엄마한테 혼만 나고
엄마 몰래 사카린 물에 담갔다가 시금털털한 맛대신 단맛으로
몰래 베어먹던 시절이 30년이 더 지난 지금 즈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