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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2

Doctor & Nurse


BY 올리브 2003-07-19

지금이야 하얀가운 말고도 이쁘고 화려한 색상의 가운이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그땐 하얀가운이 전부였고 간호사들은 하얀 캡을 시원하게 올린 머리에 깔끔하게

눌러쓰고 맘 다잡고 근무했었다.. 그게 당연했고 자연스럽고 그랬었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막 신참이라는 설레고 어색한 그래서 두렵고... 뭐든 첨이기땜에 긴장을 맘속에

감추고 근무해야 했던 간호사가 있었다..

 

어릴적부터 유난히 말라서 첨 만나는 사람들한테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했었던

간호사가 첨으로 의사라는 의료진들과 함께 병원생활을 시작하던날...

 

인계시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인슐린 drder 를 내고 갑자기 민망하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짓궃게 웃으며

챠트를 넘기고 간 사람은 내게 마냥 어려운 내과 의사였다..

난 내가 order 를 처리할 위치도 아니어서 그냥 챠트만 받아놓고 책임간호사에게

넘겨주었고 이리저리 배우러 다니느라 헤매이는 간호수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 ooo 선생님.. 전화 왔어요.. ''

 

아직도 할일이 쌓여만 가는게 버거워서 막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데 전화 왔다는

외침은 여전히 내게 짜증과 부담으로 남았다..

 

'' 여보세요..''

 

'' 나.. 아까 그 내과 ooo 입니다.. 좀 있음 끝나죠? 나 밑에서 기다릴꺼니깐..''

 

근데 난 그 이름 석자가 누군지 파악이 안되서 재차 물었었다.

 

'' 누구라고요? 내과 누구요? ''

 

'' 참. 나 몰라요.. 그래도 레지던튼데.. ''

 

그냥 황당해서 전활 서둘러 끝고 다시 서둘러 일을 끝내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을때도 그 남자가 누군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계단을 막 내려설때 저만치 싱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주는 남잔 아침에 그 인슐린

order 를  내놓고 돌아섰던 의사였다..

 

그땐 과랑은 상관없이 뭐든 어렵고 난감했던 때라 난 그날도 그냥 고개숙여 인사

하고 묻는말에 대답하고 그랬었다..

 

담 날 회진때 책임간호사가 없어서 환자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내가 회진을

동행하게 되었고 그때 그 의사가 있었다..

뒤쪽에서 내 팔을 살며서 잡고서 가만히 하는말

 

'' 너 어쩜 이리도 말랐니.. 암튼 넌 신기해.. ''

 

회진때 이런말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무안하고 당황스러웠다..

나이어린 동생에게 말하듯 허물없이 속삭이며 말하던 그 남자가 의사란걸 잠깐

잊었었다..

 

그리고 일년후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하는말.

 

'' 피곤한가봐.. 너 입술이 아파보인다.. 사실 니 이름 잊어먹어서 아까 식당에서

니 이름표 다시 훔쳐봤다.. 너 몰랐지? ''

 

내가 나인 어리지만 꼬박꼬박 이런 말투로 날 불편하게 하더니 결국 또 내앞에서

날 훼방하고 있었다..그리고 어쩌다 일땜에 부딪힐때 잊어먹은듯이 늘 그런말들을

쏟아부어댔다..

 

'' 너.. 자꾸 생각나더라.. 너 어쩜 그대로이니.. 난 이렇게 변했는데.. ''

 

'' 나 .. 결혼한다.. ''

 

그리고 결혼하더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하는말.. 정말 기막힌 억질 부렸다..

 

'' 너.. 결혼하지마라.. 넌 결혼하지 말구.. 내가 해바라기하게 그냥 가만히

   있어주라.. ''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 남잔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장난스런 웃음과 소년같은 말투로 내가 어렵게 멀리서 보고 있는게 안타깝다고

등보이고 돌아선 그 남잔 지금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었고 역시 의사가 맞았다..

 

그리고..

그리고..

 

난 간호사 맞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하얀가운 입고 환자들속에서 바쁘게 사는게 제일 이쁘고 행복이란걸

한참이 지난후에서야 알았다.. 그래도 다행인건.. 한참이 지나서도 의사와 간호사로

살아준것이고 같은 하늘아래 살아있는게 다행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렇게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