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연수 일정이 잡혔다.
아홉시 반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십분씩 서너 번 휴식 시간이 들어 있을 뿐
딱딱한 의자에 하루종일 몸을 맡기고 버텨야 한다.
나이들어 그런 자세로 수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뼈저리게 몸으로 알게되었다.
야간 강의 시간에
삐딱한 자세와 흐트러진 모습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별로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았었다.
때론 수업 태도 점수에 약간은 반영시키기도 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오십대 중반의 형제분이
내 수업 시간이면 늘 맨 앞자리에서
단 한 순간도 한눈 팔지 않고 내리 세시간을 경청하던 그 모습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생각하니
그 분들께 주저없이 에이플러스를 줬던 게
정말 현명한 결정이었단 생각이 든다.
마지막 한시간은 출석 점검을 하자마자
땡땡이를 치고 귀가하기로 했다.
카풀을 했기에 망정이지
귀가하는 한시간 이상의 운전까지 하게 된다면
얼마나 피곤했을까...
세수도 않고 겨우 양치질만 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어찌 밤이 그리도 짧은지
금방 잠든 거 같은데 창밖이 금새 훤하다.
부랴부랴 둘째넘을 깨우려 거실에 나가니
큰 아들넘이 소파에 누워 있다.
알바 끝나고 새벽녘에 들어 와 또 밤을 새운 모양이다.
"방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자지 그러니?"
"인혁이 학교 태워다 주려고..."
기특한 녀석.
어찌 저리도 착하기만 할까...
바쁜 엄마가 안돼 보였던지
제대 후 둘째넘의 등교는 장남이 맡아 해 주고 있다.
그 작은 도움이 아침 시간에 얼마나 마음 편안한 느긋함을 가져다 주던지...
오늘도 졸린 눈을 비벼 가며
아우 등교 시킬 때까지 잠 안 자려고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영교시 수업 때문에
칼슘 두유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둘째넘을 재촉하며
차 키를 들고 거실로 나오니
그 사이에 큰 아들넘이 졸음을 못 이겨 눈을 감고 있다.
잠이 깰까 봐 살금살금 현관문을 나서 차에 올랐다.
출근길이 바빠졌다.
남편과 아들넘의 아침 반찬을 못 챙긴 게 며칠 된 거 같다.
어제 저녁엔 둘째넘도 라면으로 떼웠는데...
도대체 이게 뭐람...
사람 사는 게 왜 이다지도 여유가 없는 건가.
다행히 국을 잘 먹지 않는 남편이라서
물 말아서 먹기야 하겠지.
머릿 속으로 세탁기 앞에 널부러져 있는 빨래감들이 활개를 친다.
엉망진창이던 베란다의 질풍경까지...
도우미를 부를래도
흉 잡힐까 봐 엄두가 안 난다.
일요일에 삼부자가 대충 청소를 하던데
그거야 겨우 거실과 각 방들 뿐이었으니 누워서 쉰 주제에
무얼 더 바라랴...
이젠 정말 주부로써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이러다간 정말 '주부 사표'라도 써야 할 판국이다.
그런데
도대체 주부 사표는 어느 부서에 제출해야 하는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