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교정시설 과밀현상으로 가석방을 더 많이 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2

멧돼지와 여름국화


BY 쉐어그린 2003-07-15

근 보름만에 해가 쨍하고 나왔습니다.
그 보름동안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왔지요.
온 사물이 지쳐보입니다.

비오는 와중에 밤마다 코시가 목이 시도록 짖었습니다.
윗밭에 밤마다 멧돼지가 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땅 속에서 고물고물 매달리기 시작한  고구마를
멧돼지가 퍼헤쳐서 먹을 만한 것은 거의 다 먹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처참한 밭들을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어찌 심어논 고구마인데.... 정말  농사짖기 힘듭니다. 
남편은 그 멧돼지를 쫓아내기 위해 이궁리 저궁리를 합니다.

자꾸 무심결에  "아~ 그 못된 메에ㅅ~ 되야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늦었지만, 고구마 순들을 다시 잘라 아랫밭에라도 심어야 합니다. 
그런다고 멧돼지가 파헤친만큼을 만회하기란 어림도 없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올뿐이지요.
남편은 "멧돼지가 악의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거야. 그지?"이러면서 허허 웃습니다.  
저도 으~~허, 으~~ 허 웃을 수 뿐이 없네요.
멧돼지가 비가 하도 오니 먹을 걸 구하지 못해 자꾸 우리 고구마 밭으로 온 모양입니다. 
이럴 땐 비를 탓해야 하나요,  멧돼지를 탓애햐 하나요?

우리 마을의 멧돼지 피해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멧돼지를 잡으러인지 피해 조사차인지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왔다갔다합니다. 
한 아저씨 말로은 우리밭에 온 멧돼지는 숫놈으로 200근은 나가는 놈이랍니다. 
우리밭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논과 밭 여기저기가 이 멧돼지들에 의해 파헤쳐진 모양입니다.

사람도 지치고, 산에 사는 산짐승들도 먹을 걸
구하러 비 속을 헤맨다고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지만
이 장마철에 제일 기세가 등등한 생명은 풀들입니다.
키도 쑥 커있고, 온 마당을 덮칠 듯 퍼지고 있습니다.
더이상 그 쑥쑥한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오늘 해가 쨍하기에
낫을 들고 베어내고, 호미로 파냈습니다. 
작은 텃밭도 정리하고, 새로이 상추며, 쑥갓등 푸성귀 씨 뿌릴 준비도 했습니다.

마을에선 경운기 소리가 새벽부터 내내 분주히 들립니다.
그간 웃자란 풀도 잡고 멧돼지 파헤친 곳도 복구하고....
어째든 해가 나니 활기가 넘쳐납니다.

마당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비오는 와중에 빈약한 햇빛을 받으며
새로이 피어난 꽃들이 나를 반기네요.  정확한 이름은 모르는 여름국화란 꽃, 원추리, 나리꽃등등.... 


(여름국화)

(나리꽃)

시골향 묻어나는 이야기가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