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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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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먹는 냉면의 맛 그리고 어떤 커플


BY 칵테일 2001-01-11


냉면.....
그 흔하고 간편한 음식을 중학교에 가서야 처음으로
먹어봤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런 음식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비롯하여 국수란 국수는 죄다 잘
드시지않는 아버지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냉면을 먹어보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더군요.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더랬습니다.

애들 상대로 하는 학교 앞 분식집 냉면이었으니,
맛이며 모양새가 그야말로 얼마나 알량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처음 먹어본 맛은 너무 좋았습니다.

솔직히 김치도 그 무렵 겨우 먹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매운데다 달콤한 맛과 신맛이 가미된 비빔냉면을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맛은 왜 그렇게 인상깊었던지요.
매운 음식에 대한 그동안의 내 마음의 변화를 대번에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이후, 참으로 많은 냉면을 먹었습니다.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섞기냉면(고기와 회가 같이
나오는 냉면이랍니다.) 등등....

(주)대우에 있을 때는 후암동쪽에 유명하다는 냉면집을
찾아다녔고, 가끔은 오장동 냉면을 먹으러 일부러
가기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맛있는 냉면을 찾아다니는 일은 자주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귀순한 사람이 차렸다는 북한냉면집을 안
가봤나, 순전히 동치미 국물로만 국물맛을 냈다는 양평
가는 쪽의 옥천냉면집.

그야말로 어디는 안가봤겠습니까?

그런데 냉면을 먹어보니, 먹으면 먹을수록 냉면은
여름보다는 차라리 추운 한 겨울에 먹어야 더 별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빔냉면의 경우, 뜨거운 국물도 아닌 것이 먹다보면
후끈한 땀이 온 몸에 나요.

평소에 즐겨먹기로는 회냉면을 주로 먹지만, 항상
물냉면을 고집하고 먹는 집도 있습니다.

삼봉냉면집에서 먹을 때는 반드시 물냉면을 먹습니다.

그 집은 얼갈이배추같은 게 물냉면에 나오는데, 그 맛이
산뜻한게 아주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어요.

또한 시원한 육수국물을 주욱 들이키는 맛도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집에 가서는 회냉면을 시키고,
또 어느 집에선 꼭 물냉면만 고집하게 되고...그렇습니다.

물론 고기 먹고 난 뒤에 입가심용으로 먹는 냉면은
대부분 간단하게 물냉면을 먹는 편이기는 합니다.

어제는 아이들과 함께 점심으로 롯데 백화점 안에 있는
삼봉냉면집에서 물냉면을 먹었습니다.

역시나 겨울에 맛보는 물냉면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물냉면을 좋아해서, 국물까지 후르륵
마시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더군요.

우리옆에서는 뚱뚱한(?)커플이 세 그릇을 시켜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게 신기한지 먹으면서 연신 옆테이블의
그 커플을 쳐다봅디다.

나도 신기하게 보이는데, 아이들 눈에는 오죽했을라고요.

냉면은 사귄지 얼마되지 않은 커플이 먹기엔 적당한
메뉴가 아니라고 하는데, 사이좋게 얼굴 마주보며 먹고
있는 그 커플을 보니 너무 예쁘더군요.

빼빼한 사람들만 멋진 연애하란 법 있습니까?

나이들고 세상 좀 살아보니까, 뭐든 함께 공유하고
아름답게 공감하며 사는 게 보기 좋습디다.

그 연인들..... 우리 아이들 눈엔 그저 대식가 커플로만
보였을 지 모르지만, 그들의 행복한 모습이 맛있는
냉면 맛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