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속 남자가 보고싶어서 떠나기로 한날..
이게 잘하는 짓인지 물어보고 또 확인하고 다짐하고 마지막 여행이라고
억지부리는 또 다른 남자 잔소리가 싫어서 못들은척 해줬다..
다리 모양새가 아직도 내 맘에 들지 않지만 이번에 떠나지 못하면 아마도
가능성없는 그리움에 쪄들어 통곡할것 같아서 떼쓰는 아이처럼
떠나기로 했다..
가슴 콩당대며 준비했던 어릴적 맘은 이젠 남아있지 않더라도 날 우울하게
가둬두고 있는 내 동굴속 남잘 확인해야 진정될것 같던날..
남잔 없었다.. 동굴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처럼 날 기다리고
있을줄 알았는데 남잔 없었다..
그렇지..
동굴속엔 늘 비어 있었다.. 어쩌다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늘
기다림이라고 지우고 있었어도 그곳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줄 알았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돌아와야 하는데 멀리 간건 아닌데 돌아오기가 힘이 들어서 또 후회할
일만 잔뜩하고 말았다..
'' 그 동굴엔 아무도 못 들어간대.. 우리 남편도 가끔 여자처럼 우울해하고
그러더라.. 그럴땐 여자도 나도 필요없어.. 그냥 그 동굴에서 빠져나오는거
기다려줘야지 뭐... 남자도 여자도 살면서 늘 외롭고 혼자인거야.. 그거 ..
너 이제서야 알았니?''
친구가 그렇게 말할땐 맞아.. 하고 탄성을 질렀었는데 내가 그 동굴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깐 덜컥 겁부터 났다..
이제 돌아올 준비를 해야겠다..
날씨탓이라고 에매한 말로 날 흔들리게 하지도 말고 동굴때문이라고 날
붙잡아 두지도 말고.. 그냥 보고싶으면 보고싶은대로 그대로 놔두면 알아서
잘도 살게 될것을..
'' 보고싶다는거 가장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그게 어떤 상황에서든 예외는
있을수 없잖아요..''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조용하게 남잘 쳐다보면서 말했다..
맞아.. 맞아.. 맞아...
그 울림땜에 겨우 동굴속 남자한테서 도망쳐 나올수 있었다..
동굴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잔 없었다.. 내가 동굴을 찾지 않는다면 남잔 아마도
날 잊고 사는데 익숙해질꺼란 상상으로도 벅찬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