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기억중 하나
오늘은 봄이 언니가 시집을 가는 날이다.
엄마는 아침일찍부터 일해주러 간다며 나와
동생을 데리고 언니집으로 갔다.
봄이 언니네는 우리 동네에서 손꼽히는 부잣집이었다.
큰과수원이있고 ,논과 밭도 엄청 많았다.
처음 아버지와 엄마가 살림을 차린곳이 봄이언니네
문간방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언니네 일이면 마치
내일처럼 나서서 도와 주었다.
언니네 집은 크고 웅장한 기와집이 윗채,아랫채 나뉘어서
넓은 마당을 가운데두고 있었다.
특히 대문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꽤나 멀었다.
언니네 집을 들어서면 먼저 온갖 과일 향기가 달콤하게
코끝을 간지럽혔다.
언니는 여러 남매중 제일 큰 딸이었다. 키가 아담하고
얼굴이 유난히 통통해서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집에서 살림을 살다가 중매로 시집을 가는 날이었다.
언니네 집에가니 많은 사람들이 벌써와서 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엄마도 소매를 걷어부치더니 마당가에서
전을 부치는 아지매들과 합세를 했다.
큰 대나무채반속에 온갖 전 들이 먹음직스럽게 부쳐져 있었다.
나는 엄마가 쥐어주는 전을 들고 동생하고 나눠 먹으면서
대청마루로 올라갔다. 봄이 언니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서
기웃거리며 찾는데 안방에서 언니가 신부단장을 하고 있었다.
언니는 나를 귀여워해서 내가 가면 먹을것도 주고
얘기도 잘해 주었다. 그런 언니가 시집을 간다니 어린 마음에도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나를 보더니 살짝 웃어 주었다. 나는 언니가 예쁘게
변해가는 모습을 신기한듯 바라 보았다.
드디어 잔치가 시작될무렵 신랑이 도착을 했다. 신랑이 대문을
들어서는데, 아저씨들이 짚더미를 놓더니 불을 붙였다.
신랑은 불붙은 짚더미를 훌쩍 타 넘으며 집안으로 씩씩하게
걸어왔다. 마당에 병풍이 둘러쳐지고 큰 상이 가운데 놓였다.
상위에는 잔치때 쓰이는 음식들이 높다랗게 차려져있었다.
신기했던건 닭을 올려놓는 일이었다.
살아서 연신 퍼덕거리는 닭을 다리를 묶은채로 상에 놓으니
연신 골골대며 요동을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쌀그릇이
엎어지고 난리가 났다.
바닥에는 멍석을 깔고 그 위에 고운 자리를 다시 깔았다.
한복을 차려입은 어른이 앞으로 나오더니 모든 진행을 맡았다.
그날 봄이언니는 정말 곱고 이뻤다.
내가 처음 구경한 결혼식 이었다. 지금도 그날의 장면들이 마치
늘여놓은 그림처럼 두서없이 펼쳐질때가있다.
엄마가 나와 동생손을 잡고 뒤란으로 데려 가서
국밥을 먹여 주던일, 그때 먹었던 고깃국맛이 지금도 혀끝에 남아
있는듯하다. 아버지 드리려고 전이며,떡을 종이에 싸서 집으로
오던기억, 얼마후에 봄이 언니가 아이를 낳아서 친정을 왔는데
아무렇지도않게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모습, 그때 보았던 언니의
하얀 젖무덤.... 그 이후로도 친구 언니의 결혼식도 보았지만
첫경험인 그날의 모든 기억들은 지금도 선명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