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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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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면 외모도 시골스러워진다고요?


BY 쉐어그린 2003-07-07

시골살이는 도시살이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집니다.
특히나 봄부터 가을까지의 하루하루가 강물 흐르듯 합니다.
봄날은 좁은 계곡에 흘러내리는 세찬 물줄기 같고,
여름은 강 하류의 흘러가지 않는 듯 흘러 바다로 가는 넓은 물줄기 같습니다.
가을은  강 중류의 물이 이돌 저돌 거쳐  잔 거품을 내며 흐르는 물과 같고요.
겨울은 얼어버리는 강물만큼 세월이 잠시 정지한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1년의 세월이 너무 짧게만 느껴집니다.
시골살이의 참모습을 보기 전, 자연이 주는 신선함을
마음 가득 안고 살았던 한해였습니다. 벌 키우기, 밭 가꾸기, 화단 꾸미기,
나무심기등등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였지요.

이렇듯 자연에 눈뜨는데 바빠(?) 또는 게을러서  내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일을
등한시 했습니다. 얘기하면 놀라실 분도 있겠지만, 시골와서 머리 파마하러 미장원에
한번도 가질 못했습니다. 도시 살 때도 미장원에는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시골 사는 티를 낸다고 할까봐 친구들에게도 쉬쉬하고 있었는데,
지난 설 연휴에 친정에 가니, 둘째 형부가 내심 알아본 것 같더라구요.
세배드리기 위해 형제들이 일렬로 섰는데, 우연히 둘째 형부 옆에 내가 서있었습니다.
형부왈 “아구, 난 시골 아줌마 싫여. 내 짝은 어디가서 섰는감.”하는 겁니다.
모두들 깔깔 웃으며, 막내가 어느새 시골 아줌마가 다 되어버렸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네요.
겉으로는 나도 웃어버렸지만, 속으로는 조금 뜨금했습니다.

집으로 내려오며, “미장원에 꼭 가야 되겠네.” 하며 별렀지만,
아직도 가지를 못했습니다. 바쁘다기보다, 그냥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살다보니, 어찌어찌 그리 안되네요.

여름으로 들어서 뜨거운 햇볕을 이고 밭일을 하자니, 모자를 쓴다고 써도
얼굴은 검어지고, 기미도 짙어지고…  “시골사니 천상 난 시골 아줌마지 뭐.”하며
이젠 체념을 해버렸습니다.
머리 매무새와 얼굴 뿐만이 아니라 옷차림도 자연히 시골스러워집니다.
일이 넘쳐나니, 치마 입을 새는 없고, 그냥 일하기 편한 바지와 티셔츠가 최고입니다.
시골이 좋아 시골로 오면서부터 마음은 벌써 시골스러워진거고,
이리 살다보니, 외모도 자연스레 시골스러워지나 봅니다.

여름이 한창인 요즘은 시골서 사는 사람들, 제일 시골스러워지는 때입니다.
“무스기 시골스러워! 촌스러운 거지!”라고 할 분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존심상 촌스럽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그냥 몸도 마음도 시골스럽다는 것만은 동의하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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