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가을을 몸으로 느낄수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산들은 슬슬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모처럼 마음이 한가로와 미처다 쓰지 못한 지나간 삶을
그려 볼까 한다.
상계동 형님네 옆으로 이사오면서 난 남편의 중독에 가까운 동양화
감상좀 그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장의 도리를 다해주길 바랬다.
우리가 이사온집은 동서가(손위세째형님) 친정에서 물려받은 집으로
대지 80평에 건평은 18평인 조그만 집인데,시유지 였던지라 전철이
들어 오면서 헐리고 대신 조그만 아파트가 한채 나온다고 우리 더러
그곳에 와 살면서 집이라도 마련 하라는 형님네 배려 였지요,
집이라도 마련하고 남편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 화투도 안치겠지
하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고 남편만 생각하느라 중3학년 이된 큰아이
는 미처생각을 안했더니.....
이사 올때까지 반장을 놓치지 않고 하던 아이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
하느라 힘겨워 했고,
남편은 워낙 남을 잘사귀는 사람이라 어느새 낚시 가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어 직장이 끝나기 무섭게 그곳으로 달려가 새벽까지
화투를 치고 간신히 직장을 나가더니 급기야 더는 못다니겠다고.....
다른걸 해보겠다며 화물차를 사달라 조르기 시작했다.
상계동으로 이사올때 이것저것 정리해서 돈이 좀 있는줄 아는지,
결국 차를 사주고,나는 집근처에서 부업거리를 찾아 보았지만 할만
한게 없어 역삼동에 있는 팻션회사 ?뽀?미싱사로 다녔다.
아침이면 고등학생이된 큰아이 도시락2개 중학생이된 작은아이 도시락
내도시락 이렇게 싸면서 마을 버스타고 전철 2번 갈아타고 또다시
버스한번,
아침마다 늦을 세라 세수만 하고 허겁지겁 출근하면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은 언니는 밤새 굴뚝쑤시다 왔어요?
나를 쳐다보며 웃음보를 터트리지만 직장을 다녀도 크게 반대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남편에게 안도 하고.....
직장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향하지만 여러번 차를 타야하는지라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남편은 자긴 들어오지도 않았으면서 전화로
왜늦었느냐 따지면 할말이 없다.
어느날은 나도 모르게 대꾸를, 당신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으면서
나더러만 일찍오라 하느냐고.....
그 한마디의 대꾸의 값은 엄청 났다.
12시쯤 술이 엉망으로 취해서 현관문을 그대로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와 문짝을 빼서 그대로 나에게 던지며 씽크대에 있는 칼을 들고
나를 향해 찔렀다.
어둠속에서 정면으로 돌진하는 그를 보며 피했는데 턱밑에 스치는
상처를.....
그당시 우리집칼은 언제 있을지 모를 그런 때를 대비해 칼을 사오면
끝을 뿌러 뜨려 놓기 때문에 깊은 상처는 입지 않았다.
술이껜 다음날은 잘못했다 빌고,
미련한 나는 한푼이라도 벌어서 큰아이 학원이라도 보내서 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엄마의 희생은 값진 거름이 될거야 착각속에 빠
져 내몸이 만신 창이가 되어도,
내 희망은 오직 큰아들이 훌륭하게 되는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