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바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하고 이십대 후반에 입버릇처럼 선택된 푸념은 제주도로 가자는 거였습니다. 힘겹고 외로우면 제주도로 가자고 말했고 집을 나서면 오래도록 상상하며 걷곤 했습니다.
걷다보면 어느새 어두워진 고향의 도로와 놀이터와 강을 보았습니다. 내 고향 신탄진은 오랫동안 있어서 지루한 곳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앞으로도 나의 삶의 터전이며 사람들이 있는 곳이지만 가끔은 제주도를 연상하고 바닷가를 그리워하며 바다를 닮은 사람들과 술을 나누고 밤을 지새고 싶습니다.
아이 둘과 제주도를 찾았죠. 딸아이는 기저귀를 차고 아빠의 가슴에 안겨서 다녔고 아들 녀석은 내 손을 잡고. 12월에도 감귤 밭에 사진을 찍으란 배려인지 귤이 달려 있었으며 아들과 몇 개는 밭에서 따서 먹었습니다. 바다를 보고 성산포를 가는 차안에서 시를 떠올렸습니다. 성산포는 나에게 희망의 깃발이었습니다. 가서보는 것보다 그리워함이 얼마나 멋진가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선배가 결혼을 축하하며 건네준 시집 이생진님의 그리운 성산포를 보면서 가보리라 삼년을 기다려서 얻는 여행이었으니 그리움과 행복은 말론 다 표현하지 못합니다.
휴식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늘 바다를 떠올립니다. 여름의 피서지가 아니라 새벽녘의 하늘색 파도를 떠올리게 되고 그 비슷한 색만 보아도 행복해 집니다. 그러나 압니다. 맑은 날 뒤에 성난 바람과 잿빛하늘도.
일상의 피로로 허전하고 가을의 바람이 날 흔들면 바다를 떠올립니다. 물론 배경화면을 성산포로 찾아서 보기도 하지만 냄새와 바다를 생생하게 전해줄 친구가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자꾸만 삶이 나에게 의미가 없어 보일 때 그곳의 날씨와 바다를 기억하게 해주길 기대했는데 나의 욕심이었나 봅니다. 희망으로 찾던 그곳의 감동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기분 좋아지게 말입니다.
오늘 수필을 읽다보니 정리하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잡다한 일들이 나를 휴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내게 휴식하면 제주도가 먼저 맴돕니다. 창가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모로 누워 쉬고 싶습니다. 생활이 힘들어지고 몸이 망가지는 날엔 더 그립습니다.
남편과 함께 휴가를 가게 된다면 한번 더 가고 싶습니다. 힘겨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휴가를 말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어 추억하서 잠시의 여유를 찾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