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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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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슬프다(14)- 우리 엄마(9),,, 부도


BY 에스더 2003-06-27

툭 툭 하늘에서 또 비가 내린다.

아나운서는 앵무새처럼 늘 되뇌이던 말을 곱씹는다.

호우경보가 발령 중이라고...

툭 하면 울면서 전화를 하여 있는 마음 없는 마음 다 이야기 하면서 하소연 하던 엄마가 더 이상 일을 못 하겠다면서 또 내 속을 긁는다.

내 마음은 한편으로는 처량해 보이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악다구니를 한다.

못된 가시내라는 소리를 들어도 ...

엄마, 엄마는 그 일을 왜 못 하는데..

그러면 거기 일 하는 아줌마들은 뭐 날때부터 그런 일 하라고 그런일 잘 한다고 그런 일 하는 줄 알아.

엄마가 잘 하는 일이 대체 뭐야, 자식들 이만큼 남편 앞에서 고개 못 들게 해 놓았으면 이제는 제발 고모한테 -야야, 데리고 가래이 나사 마 너거 엄마 분통 터져서 못 데리고 있는데이, 내가 왜 우에 돈 주고 너거 엄마 데리고 있으면서 내 속 다 썩어야 되노(고모는 심근경색증이시다.) 내 신경 써면 안 되는 것 알제, 윤서방 바꿔라 내 다 이야기 할끼다. 하면 남편은 지레 인상을 있는대로 다 써고 손사래를 젓는다.-

아, 정말 하루이틀도 아니고 엄마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과 같다는 생각을 전화 너머로 감추어 본다.

악다구니를 해 대고도 마음은 또 편치를 않아 다시 전화를 하면 엄마는

-되었다, 마 니는 신경 쓰지 마라...-

실컷 신경 쓰게 해 놓고 뒤로 한 발 빼면 더 얄미워진다.

정말 엄마 말대로 나도 많이 악해진 것일까...

그래 나도 악해졌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어쩌지...

 

 

결국 엄마는 고모한테 짤리고 나를 붙들고 하소연이다.

-야야, 내사 너거 고모가 뭐라 하고 욕지거리 해대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너거 고모부, 고모부가 내 보고 그러면 안 되지. 날 보고 글쎄,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오지 말라 안 카나 - 하면서 빠진 발톱을 드미신다.

당뇨는 합병증이 무섭다는데 잔뜩 화가 난 발톱을 보니 슬그머니 겁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