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죽었어..
어릴적 하얀 얼굴로 씩 웃으면서 느린 말투로 맘 콩당거리게 했었던
내게 그리움을 가르쳐준 선생님처럼
맘이 너무 고와서 늘 내가 부러웠던 울 수녀님처럼
내가 아직도 그리워하는 울 아빠처럼 죽었어...
죽었어... 아무말도 나한테 하지도 못하고...
불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멍청하게 지켜보면서 죽었다고 생각했어..
하두 소리내어 울어서 눈물이 쪼르라 들었는줄 알았는데 잠깐 깨서
일어나보니 또 눈물이 나와...
아마도 몇달 아니 몇년은 허우적거리면서 모른척 살아야 하는게 자신이 없어..
한마디 말이라도 들었으면 했는데 결국 내 맘속에서 죽었어..
몸속에 혼이 다 빠져나간것 같은 어지럼증에서 내가 어떻게 살수가 있을까..
그래도 남들은 다 털고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사람 만나서
웃어주는데 난 아직 그럴수가 없었어..
아직은.. 아직은 준비가 안 됐는데 날 맘속에서 떨구어내는 사람땜에
아직도 내 맘속에 버티고 있는 사람 죽었다고 생각했어..
나에 대한 연민이라고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내가 모른척 꼭꼭 숨겨둔 사람들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
내 앞에서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이 그 뜨거운 숨막히는 곳으로 들어가는걸 봤어..
미친다는거..
기절할뻔 했어... 어지럼증땜이라고 남들 안심 시키면서 죽었다고 생각했어..
담엔 내가 죽을것 같아서 두려웠어..
얼룩져서 닦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내게 죽었다라는 말이 들렸어..
내 맘속에서 죽었어..
그래서 가끔씩 꺼내볼수 있는 기억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비가 오잖아...
왜 하필 오늘 비가 오는건지..
나 자꾸 어두운 기억이 생각 나는데 왜 비가 오는건지...
한손으로 입 틀어막고 한손으로 사진 부여잡고 울었다는 걸
기억한다면 어쩜 좀 위로가 되겠지.
아....
미치겠어...
이런 울림이 자꾸 들려...
나 미쳤다고 생각할래...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병자가 된거라고 생각할래..
죽었어..
내 앞에서... 내 맘속에서... 내 눈에서... 내 입술에서... 내 몸안에서...
내 기억에서... 내 그늘에서 ... 내 손에서 ... 내 가슴에서...
죽었어..
아니 죽었다고 생각할래...
다신 돌아오지 못할 사람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