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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8

그 사람


BY ajkkk 2001-09-15

    그 사람
    그 사람은  늦게 일어난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이 오니 참 신기하다 
    낮 11시 그제야 부스스 일어나서 큰 소리 한 번 치고  나간다 
    당구장으로 일단 출근 체력을 증진시킨 다음 
    이제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다방으로 간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붕어 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끔씩은 대한 민국의 앞날을 걱정하여 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옆에 와 앉는 예쁜 아줌마를 웃게 만들었을 때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직업이 너무 많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재소를 경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지 당하고 빈손이긴 마찬가지이다 
    
    저녁이 되면 딸이 식사하라고 부르러 나온다 
    딸은 그 심부름이 참 싫다 
    
    호수다방 
    그 넓은 다방 아저씨들이 가득한 곳에서 아버지를 불러내기 무안하기도 하고 
    그 말을 전해들은 아버지  어디 벌떡 일어나기나 하는가 말이다 
    다른 아저씨들 앞에서 노래 부르라고 시키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내도 그렇지 저녁 식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부르러 까지 보내는지..
    
    
    
    어깨엔 푹 파인 흉터가 있는데  그것은 형님대신 나간 징용에서 얻은 상처 흔적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공부 많이 한 아내를 얻어 
    면사포도 안 씌워주고 평생을 고생만 시키고 
    그러고도 큰 소리는 여전히 치고 사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산 시간보다는 혼자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언젠가 딸에게 서울에서 가방을  사서 보내준 적이 있다 
    그 가방  다른 애들이 많이 부러워했는데 .. 
    
    자식들 중에 딸을 유난히 예뻐하고 기대도 많이 하셨었는데.... 
    이제는 많이 늙으셨겠지   
    항암 치료까지 받으셨는데 그 많은 정열을 어떻게 초단하고 사시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버지 요샌 어떻게 지내시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