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늦게 일어난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이 오니 참 신기하다 낮 11시 그제야 부스스 일어나서 큰 소리 한 번 치고 나간다 당구장으로 일단 출근 체력을 증진시킨 다음 이제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다방으로 간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붕어 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끔씩은 대한 민국의 앞날을 걱정하여 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옆에 와 앉는 예쁜 아줌마를 웃게 만들었을 때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직업이 너무 많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재소를 경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지 당하고 빈손이긴 마찬가지이다 저녁이 되면 딸이 식사하라고 부르러 나온다 딸은 그 심부름이 참 싫다 호수다방 그 넓은 다방 아저씨들이 가득한 곳에서 아버지를 불러내기 무안하기도 하고 그 말을 전해들은 아버지 어디 벌떡 일어나기나 하는가 말이다 다른 아저씨들 앞에서 노래 부르라고 시키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내도 그렇지 저녁 식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부르러 까지 보내는지.. 어깨엔 푹 파인 흉터가 있는데 그것은 형님대신 나간 징용에서 얻은 상처 흔적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공부 많이 한 아내를 얻어 면사포도 안 씌워주고 평생을 고생만 시키고 그러고도 큰 소리는 여전히 치고 사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산 시간보다는 혼자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언젠가 딸에게 서울에서 가방을 사서 보내준 적이 있다 그 가방 다른 애들이 많이 부러워했는데 .. 자식들 중에 딸을 유난히 예뻐하고 기대도 많이 하셨었는데.... 이제는 많이 늙으셨겠지 항암 치료까지 받으셨는데 그 많은 정열을 어떻게 초단하고 사시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버지 요샌 어떻게 지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