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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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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찬제비


BY 빨강머리앤 2003-06-20

아직도 오일장이 번성하고,

읍내를 중심으로 모든 생활반경이 그려지는곳에 살다보니

읍민으로 살아가는 여기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한번씩으로 읍내로 나가야 할일이 생기는 것이다.

버스가 있기는 하나, 걸어서 15분 정도의 길을

버스를 타고 가기엔 지나치게 짧고 걸어가기엔

한낮의 태양볕이 따가운지라  안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장만했었다.

 

남편은 ''수영''과 ''자전거타기''는 어릴때 배워야

빨리 배우고 절대 잊어 먹지  않는 거라며 ''까짓,자전거도 하나

못타고 뭐했냐..''며 핀잔을 주었었다.

그렇다, 난 이나이 먹도록 자전거 운전도 못하는 청맹과니 였다.

 

그래서 독하게 맘을 먹고 이사오자 마자 자전거 부터 장만했었다.

아들 아이 자전거만 딱한대 있던 집에 딸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의

자전거까지 한꺼번에 장만하느라 가계가 쪼들렸지만,그래도

손에 잡힐듯 주변부에 펼쳐진 자연을 탐험하러 가자며, 커다란포부를

가지고 자전거포에 갔었던 그날 마음이 얼마나 설레었던지...

 

하지만 자전거를 잘 끌지도 못했던나... 자전거를 못 타는 것도 서러운데

어디 공터에서 연습해 보자고 학교 운동장으로 가던 도중 난 몇번이고

내 자전거에 복숭아뼈며 종아리를 부딪혔는지 모른다..

 

그런 내게 저기 앞서  한마리의 ''물찬제비''처럼 날렵한 몸동작으로

코너를 돌아 학교 교문으로 가볍게 들어서는 아들아이의 자전거솜씨는

부딪힌 복숭아뼈 근처를 문지르던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 정도였다.

 

우리집에서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아들녀석과 남편이 아무리 나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설명해 주어도 좀체 균형이 잡히지 않는 내귀엔

소귀에 경읽기에 그치고 말아 첫날은 가르쳐 주려는 남편이나

배우려는 나도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었다.

 

그러기를 며칠, 무릎주변과 종아리 그리고 팔굼치까지 상처와 멍으로

도배를 한 댓가라도 있었던지 드디어 균형을 잡고 평지를 운전할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을때의 그 기쁨은 무엇에 비유해야 했을까...

 

뭔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을 달뜨고

자전거에서 내렸는데도 다리는 계속해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듯한

기분을 여유있게 즐기며 이젠 자전거로 우리동네 아니,

경기도를 내가 사수할것도 같은 엄청난(?) 착각이 일었던가..

 

이제 겨우 평지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으로 겁없이 밖으로 나섰던

다음날 울퉁불퉁한 인도에서 그나마 균형조차 잡히지 않아 그냥 자전거를 끌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왔어야 했다. 그러다 집앞에서 잠깐 용기를 냈다가

난간앞에서 브레이크를 못잡는 바람에 자전거와 한바퀴를 굴르는 대형사고(?)

내고 부터는 완전히 주눅이 들고 말았었다.

''난, 운동신경이 없는거야. 그걸 알면서 내가 너무 무리했나보다''며 한발짝

뒤로 물러 서며 다친 팔굼치를 호호 불면서 지내기를 며칠...

그 ''운동신경''과는 별도로 내 다리가 자전거타던 그 신나는 감각을

자꾸만 원하는 거였다.

 

팔굼치의상처도 나아가고 해서

일요일아침을 먹자마자 아이들과 다시 학교 운동장엘 나갔었다.

열바퀴, 아니 그보다 더 돌았을것이다.

한번도 넘어지지도 않고 균형감각도 비교적 안정전 포즈로 학교 운동장을

그렇게 돌았었다. 항상 나를 앞서가던 아들녀석이 그런 엄마의 모습이 신기한지

엄마의 자전거 타는 양을 지켜보다, ''우리엄마 맞아?'' 하고 아이가 물었다.

그래... 자전거를 끄는것 조차 힘들어 하면서

균형감각을 익히느라 며칠을 소비하던 그 엄마 맞다.

두고 봐라. 엄마도 곧 ''물찬제비''처럼 우아하게, 날렵한 솜씨로

자전거를 잘 타게 될테니...

 

그런데, 환경오염으로 봄이면 마땅히 와야할 강남제비가  찾아오지 않은 세대를

살고 있는, 흥부가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자 요술박씨를 물어다 주었다는 동화속에서나

제비를 보게되는 요즈음의 아이들이 과연 ''물찬제비''의 그 우아한 동작을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