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님.
대문호이신 톨스토이와 어떤 관계가 있으신지요?
저는 지난해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서 님을 만나고 난 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답니다.
님같이 순수한 영혼을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그때의 후들거림이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져 온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는지...
갑자기 주위가 허전해 지고...
살아 온 세월이 온다간다 말없이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님을 만난 그 해 가을...
믿기 어려운 제 나이에 화들짝 놀라 절망에 몸부림치며
겨우 숨을 연명하던 나날이었답니다.
보나마나여서 무심코 지나치던 제 얼굴이
그해 가을은 왜 그리도 낯이 설던지요?
톨스토이님.
만약에 님이 그토록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러브 오브 시베리아'의 결말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을테고,
황제로부터도 명예로운 상 하나쯤은 거머 쥐었을테고,
좋은 자리에 취직도 했을테고,
처세술에 능한 로비스트 제인(줄리아 오몬드)과 결혼해서
아마도 행복한 삶을 누리지 않았을까요?
사관학교 졸업을 기념하며 오페라를 공연하던 그 날...
님의 운명이 순식간에 그렇게 뒤바뀔 줄이야?
우리네 인간들의 사랑을 조롱(?)하는 神께서
아마도 님의 운명을 그렇게 조종했을까요?
장교에게 귓속말을 하던 제인의 말을 엿듣고
님은 식은땀을 흘리며 순식간에 미쳐갔었지요?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그것이 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인이 꾸며낸 거짓말인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답니다.
오해로 질투에 눈이 멀어...
무대를 뛰어 나와 난동을 부리던 님의 돌발적인 행동은
어처구니 없게도 '황제음해죄'의 누명을 쓰게 되지요.
브레이크가 무용한 젊은날의 열정...
그때의 절망감과 혼란스러움을 떠올리면 다시 돌아가기에도
겁이 잔뜩 나는 시절이기도 하지요.
그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그런것이 바로 '순수'라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톨스토이님.
당신의 순수한 영혼이 치루어 내야만 했던
그 엄청난 댓가...
지위도 잃고,명예도 잃고,사랑하던 여자도 잃고...
지금쯤 회한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살고 계신건 아니신지요?
님에게 또 한 번 사랑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이제는 어떻게 행동하시렵니까?
꼭 답장을 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