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네어귀를 벗어난 등산길 초입에 산밭이 있는데
산밭에는 수박이 한창 영글어가고 있었어요.
등산길에 오르며 익어가는 수박에서 눈길을 떼지못하고 걷다가
밭길가에 세워진 팻말을 보게되었지요.
투박하게 찢어낸 시멘트 종이에는
'감시카메라 작동중!'이라는 검은글씨가 삐뚤빼뚤 씌여져있었답니다.
2,
전기를 끌어댈 전신주나 C C T V 를 설치할만한 구조물이 근처에는 전혀 보이질 않았고
수박값보다 훨씬 비싼 카메라를 설치 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납득할 수없는 상황이었어요.
나는 밭주인의 이런 엉뚱한 발상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요.
그러나 곧이어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는 참새로부터 곡식을 지키기위해 세우지만
이 시멘트종이의 글씨는
과일을 지키기위해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세운 허수아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웃음은 곧 쓴웃음으로 변하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