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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85) 분수와 분복을 안다는 것


BY 남상순 2003-06-12

분수와 분복을 알고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분수를 알고 살명 최소한 망신은 당하지는 않으며
분복을 알고 살면 최소한 감사하며 살 수 있다.

사람이 분수를 알기란 그리 쉬운게 아닌 모양이다.
분수를 안다는 것은 나아갈자리 들어갈 자리를 아는 것이요.
수락할 자리 거절할 자리를 분별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남이 칭찬한다고 다 나아갈 일이 못되며
남이 높여준다고 치달아 오를 일이 아닌 것은
분수를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다가
부끄러움을 당할 날이 이르기 때문이다.

충청도 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질은 되야"라는 말이 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최소한 망신은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심하고 피동적인 삶의 자세 같지만
자기 성찰과 더 큰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다는 말도 된다.

어느핸가 우연히 나에게 생활경제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대상은 주부들이었고 가정경영의 지혜를 발휘해서 건실하게 살때 나라가 바로세워 진다는 주제였다.
열심히 경제학자들의 글들을 섭렵해서 나름대로 강의안을 작성했고 열정을 다해 강의했다.

인천 시청 대강의실에서 부터 인천시 산하 동 서 남 북 남동
교육위원회 해양경찰대 등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인천 시청에서 강의를 마친후 시의원에 출마하라는 농담을
진담처럼 듣기도 했다. 사실 조금 들떠 있었다.
기고만장을 할 일이 아니던가?
내가 언제 경제를 공부했던가?
가계부라도 제대로 써 봤던가?
경제 용어들이라도 똑똑히 알고 있었던가?
내가 경제 전문서적을 얼마나 읽었던가?

이때 잘 나가는 명강사인 나에게 제동을 걸어오신 분이 계시다.
내 믿음의 아버지인 삼촌이시다.
강의를 그만 두라고 하셨다.
내 강의를 들어보신 적도 없고 사회저변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바는 아니었지만 경제강의는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충고하셨다.
많이 부끄러웠다. 분수를 모르고 설치던 나를 안정시켜 주심에 대해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분복을 아는 사람은 감사하며 살 수 있다.
자신의 여건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분별력이 분복을 아는 것이요.
자신의 능력을 직시할 수 있는 겸손함이 분수를 아는 것이라고 본다.

주변에 분수를 알지 못하고 날뛰는 사람을 보는 일은 불안하며
분복을 모르고 사는 사람을 보는 일은 애처롭다.

풍선은 반드시 터지는 날이 있고
미천이 시원치 않은 장사는 들통나는 순간이 오게 되어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