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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푸들 본 적 있으십니까~


BY 이쁜꽃향 2003-06-02

아들넘이 워낙 강아지를 좋아해
몇 년째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
삼사년 전,
처음엔 미니핀을 키우다가
애견센타에 시집 좀 보내달라 맡겨 두고
한달 쯤 후에 찾으러 갔더니
글쎄 일주일만에 죽어 버렸댄다.
주인을 그리워하다 스트레스로 그럴 수 있다는데
아무리 친척 가게이지만 전화 한 통화도 안 해 주고
보고 싶은 아우같은 강아지를 만나러 갔던 아들넘은
너무나 황당하여 멍하더니 금새 눈물이 글썽글썽...

그녀석 마음 달래주려
몇일 뒤 예쁜 갈색 푸들을 분양했다.
어찌나 색깔이며 외모가 이쁜지
외출하면 그야말로 인기 짱!!
주변엔 온통 신기한 눈빛을 발하는 관객들로 만원.
'원숭이 아니야?"
"아~니, 혹시 양 아닐까...'
"뭐에여?...'
털이 꼬부랑거리는 게 더 매력 포인트.
이발삯이 삼만원이나 한다 하니
절약하는 차원에서 꼼꼼한 남푠이 직접 미용사가 되기로 하고
거금 팔만원을 주고 애견 미용기 구입.
털이 길었다싶으면
예쁘게 이발을 시켜 주었다.

그런데...
요즘은 남편이 너무 바빠 이발을 못 해 주니
털이 발등 찍을 정도로 길어버렸다.
날이 더워지니
헥헥거리는 모습도 안쓰럽고
그래도 남푠은 이발해 줄 생각을 못하는 지라
또 이발 할 때마다 두세 번씩 야단 맞는 것도 짠하고
이 기회에 내가 좀 해 볼까하는 호기심이 발동.
남푠이 하는 걸 지켜 보니 별로 어려워뵈지도 않았고
그거 하나 못하랴 싶어
또 괜찮으면 앞으론 내가 해야지 싶어
만류하는 아들넘 뿌리치고 전기 코드를 꼽았다.
신문지부터 깔고
푸들을 끌어 안고 면도기를 들었다.

남편이 할 땐 무서워서 꼼짝도 않던 녀석이
내가 하려니 당췌 말을 안 듣는다.
발도 끄집어 내 놓으면
도로 쏙 집어 넣어버리고
귀를 잡으면 고개를 흔들어 버리고 몇 번을 실랑이...
에고, 안 되겠다.
코부터 밀어 보자...
쓰윽~~
면도기가 잘 드네...
그런데...
아뿔싸~~
이마 중앙까지 밀어버리고 나니
완존히 바보처럼 돼버렸다...

상상해봐여...
옛날 장발 남학생들
선도부들이 교문에서 면도기로 가운데만 쫘악 밀어부렀던 거...
그케 되어버렸지요.
아니 더 보기 흉하게 되어버렸다.
생각보다 강아지 이발이 쉽지가 않네...
면도질하고 보니 속털은 색깔도 달라 우스꽝스러운 꼴이라니...
가운데 삼센티 정도만 밀었으니
좌우는 긴 털 로 덮여있어
한 쪽 눈만 보이는 기괴한 모습의 멍청한 강아지 모습으로 변신.

큰일 났다!!

"엄마, 내 뭐랬어.
하지 말라니깐...
이젠 아빠 화내게 생겼구만...
더 망치기 전에 고만 해요"
한밤중이라 애견센터도 문 닫았을 거고...
할 수 없다...내일 데리고 가서 이발시켜야쥐~하면서도
우선 남푠 들어오면 야단 맞을 것땜시 좀 신경이 쓰인다.
억지로 잠을 청했다.

밤중에 들어 온 남푠 기절초풍하는 듯한 톤으로,
"누가 이케 만들었냐???"

나 - 자는 척 하며...
"넘 더워 보여서 내가 해 볼라꼬...쿨쿨쿨..."
그랬더니 혼자 열불 난 내 남푠 그럽디다.

"집구석에서 맨날 사고만 치고 미운 짓만 한다..."
뭐시여???
지는 전번에 귀까지 짤라서 촌뇬같이 맹그러 놓고는...
(이 말은 차마 못 했음-그가 폭발 직전이라서...)
애꿎은 강아지만 한 대 쥐어 박는지 깨갱깽...

그리고 한마디 더 하대요...
"그럴 시간 있으면 청소나 좀 하지"
(일주일 동안 청소 안했걸랑~^^)

일요일 아침,
남푠 일어나기 전에 부리나케 애견센타 갔다올려 했는데
가게 문을 왜 그렇게 늦게 여는 거야.
(친척들이 두군데나 하고 있는데...)
결국 사방에 전화하여 겨우겨우 문 여는 가게를 찾아 갔다.

"어머니나!!
누가 이케 해 버렸대요??"
주인장 기겁하여 외마디 소리!

나 -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저..내가...기냥..."

주인:"얘들은 이마가 매력포인트의 생명인데...
어쩜 좋아...
아휴~ 차라리 다른 델 깎으시지...
큰일났네...
이쁘게 안되겠는데...
갈색푸들은 귀하기도 하고 얼마나 이쁜데..."

(에~고 누가 그거 모르냐고요...
난 더 속 상하는구마는...
개줄까지 삼만원 들었슴다.)

졸지에 우리 푸들은 대머리가 되고 말았다!!
대머리 푸들 보신 적 있으십니껴???

남푠왈,
"느이들, 오늘부터 삼만원어치 굶어라.
각각 만원씩..."
(여기서 느이들은 나, 울 아들넘, 푸들...임다^^
집에서 절대 사고치지 맙세여~~^^
에~~휴~~
십년감수 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