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이라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습니다.
참 잘생긴 학생입니다. 친구도 잘 사귀고 또한 그 친구들도 호성이를 좋아합니다.
게다가 공부도 잘하여 공부에 관한 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든 걸 고루 잘 갖춘 학생이지요.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다른 건 관 두고라도 그 잘생긴 외모에 감탄을 하지요.
우뚝한 콧날과, 천상 남자아이의 모습을 가진 얼굴 선을 보고 있으면 내 아들과도 같은 아이를 두고, 저 만큼 잘 생기면 한 번쯤 연정을 품어 볼 수 있겠구나 할 정도로 참 잘 생겼습니다.
물론 그 아이의 부모 보다 훨씬 잘 생긴 외모라는 건 말 할 것도 없지요.(그 집 부모 들으면 싫어할라..)
그런데
호성이게는 남들이 그 아픔을 온전히 다는 이해 못할 고민 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 부모에게도 최대의 고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호성이는 말을 더듬는 습성이 있습니다.
흔히 혀가 짧거나 신체상의 이유로 말이 조금 똑똑하게 안 되는 수가 있기는 해도 그것은 정말 혀가 짧아서 그런 것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경우이지요.
그러나 호성이는 조금 다릅니다.
혀가 짧은 것도 아니고 아무런 신체상의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그 아이 마음에서 오는 강박감 내지는 심리적인 불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알 수 없는 것은 호성이가 왜 그런 마음이 드는 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 집 부모는 걱정이 넘치다 못해 먼 도시에 있는 소문난 명의를 찾아 여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계속했습니다.
그것은 물론 마음의 치료이지요. 말을 교정하는 학원을 다니는 것도 빼 놓지 않았습니다.
간절한 부모의 보살핌에도 호성이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채로 잘 생긴 호성이는 여전히 열심히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성격 좋은 학생으로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말을 더듬는 버릇은 여전하여 “어어..머니, 아아..버지 하하하..학교에 다다..녀 오겠습니다.”하며 듣는 사람은 아무 상관도 하지 않고 저 하고 싶은 말은 다하며 지내고 있지요.
그 집 부모의 걱정은 매일 매일 부딪쳐오는 파도처럼 가슴 시린 것입니다.
남은 하찮게 볼 지 모르지만 제 아이에게 닥친 걱정은 태산처럼 커 보이거든요.
그런데 요즈음
호성이에게는 소문난 명의나, 유명한 발음 교정학원 강사보다 더 그 아이의 문제점을 잘 해결 해 줄 수 있는 산신령과 같은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다름이 아닌 호성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입니다.
그 선생님은 수학선생님도, 체육선생님도, 과학선생님도 아닌 ‘국어 선생님’입니다.
그 선생님이 어떻게 그 모든 앞서간 치료사들을 능가하는 산신령이냐 하면,
그 분은
호성이를 매일 방과후에 교무실로 따로 부르십니다.
그리고는, 호성이에게 오늘 하루 일어난 자신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시킵니다.
호성이는, “오오..오늘은 요요.. 하하..학교에서..요요...”하는 여전히 더듬는 말을 시작합니다.
그 때 마다 그 이름도 아름다우신 ‘국어 선생님’은 “다시! 다시 해봐. 천천히. 또박또박 한마디, 한마디 쉬어가며 해봐!” 하시며 지도를 하십니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체육선생님도 답답한 나머지 한 마디를 거드십니다.
“이 녀석아! 천천히 해. 천천히.. 누가 따라 오냐. ”
그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고 벌써 새 학기를 맞아 그 선생님이 새로 오신 이후부터니까
적잖은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이제 까지 그러한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모두들 딱하고 가엾게는 생각했지만 정작 그 아이를 불러 앉혀 놓고 차근차근 말을 시킨다는 생각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국어 선생님은 호성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호성이와 그 부모의 고민을 꿰뚫어 보고 작으나마 필요한 도움을 주고 계신지도 모를 일이지요.
나는 생각합니다.
호성이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말 더듬는 버릇이 지금보다 많이 좋아질지,
아니면 그저 그만 할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의 따듯한 배려와 사랑은 그 아이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요.
그리고 선생님의 정성이 헛되지 않아 보다 나아지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은 호성이를 부를 것입니다.
그러면 호성이는 “오오...오늘은 요요...하하학...학교에서 요요....”하며 하루 일과를 보고하느라 선생님과 마주 앉아 그 한없는 사랑을 확인 할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 하니 가슴이 따듯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