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로 스므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더니
선뜻 지원해 군대에 갔습니다.
항공정비를 하고 싶다던 녀석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공군에 가기만하면 비행기 근처라도 가지 않을까 하는
무식한 생각에 공군에 입대해
지금은 변산반도 부안에 있는 산꼭대기 레이더 기지에서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만 바라보며
열심으로 헌병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훈련이 끝나 입고갔던 옷가지들과 신발들이
비닐봉지에 둘둘말려 조그만 소포뭉치로 돌아오던날
아들 하나인 에미 같지 않게
무덤덤하게 키워 별 감정을 모르던 나이건만
어찌나 가슴이 조여오던지
마치 먼길떠나 다시는 볼수없는
아이의 소지품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진주로 떠나 보내던 날도
마치 소풍보내는 것마냥
손흔들며 잘 갔다오라고 철없는 에미노릇을 했었는데
그날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야 에미가 뭔지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외박나온 아들은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앉아
이불을 반듯하게 개놓고
부동자세로 앉아 우리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간인 말투도 아닌
완전한 군인 말투도 아닌 어정쩡한 말투만큼이나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녀석 외박 몇번에
첫 휴가 나오더니
이젠 아침마다 깨워야 일어납니다.
밑에 졸병이 두명들어왔다는데
녀석은 벌써 올챙이 시절 다 잊어버리고
신병들이 잘 적응해야 할텐데 하면서
짠밥 늘은 거들먹을 핍니다.
전 7월이면 상병달고 영원한 고참이 된다나요.
고등학교 시절 내내
풍물패 동아리다, 학교에서 인정해 주지도 않아 이름도
언어피셜인 밴드를 만들어
남들 피터지게 공부할때 기타메고타녀
속꽤나 썩이던 녀석이
나라지키러 군대가더니 그곳에서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아직은 문제지를 펴놓고 그냥 바라만 본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공부 안한것 같다네요...
때 맞춰 철이 들었으면 좋았으련만.
휴가나와 부대로 복귀하기 전에
벌써 다음 휴가나올 날짜를 알려주고 갑니다.
너무 자주 나와 사실 군대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가는 아들이 고맙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청년으로 커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아직도 자주 변하는 목표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것 저것 애쓰는 녀석이 자랑스럽습니다.
6월 말일경에 외박나올 너 많이 기다리고 있으마.
아들아 사랑한다.
* 처음 올리는 글인데 이렇게 쓰면 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