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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터(18)...참아야 하느니라


BY 동해바다 2003-05-21

그녀의 일터(18)...참아야 하느니라휴~~~그림으로나마 스트레스 쫙~~풀자~~~~~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바늘로 허벅지 찔러가며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이를 악물고 억지로 입가에 웃음을 띄운다.
그것 또한 고역인 것을 누가 알까나.

참다 못한 그녀 안의 분노가 쓰디 쓴 웃음 하나로 표현된걸 손님은 
느꼈는지 모르겠다..
원치 않는 미소를 지어 보일때의 어색함...
에구 모르것다...
그것까지 생각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날의 컨디션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아무리 마음넓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정도가 되고 보면
밝던 웃음도...
활기차던 목소리도...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닐까...

그녀를 완전 질리게 만들었던 손님 둘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이런 손님들이 하나 둘이 아닐진대...
오늘따라 맥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손님..
미시인 듯...친구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아이들도 어린시절을 거쳐 성장했기에 다 이해하고 수용하며 
일을 해 왔건만...
지나간 날들은 다 잊혀진다던가..

아이들과 함께 들어오는 손님을 보면 여늬 때와는 다르게 신경을 써서
손님도 봐주고...아이들도 유심히 봐야 한다.
특히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오는 아이들을....

손님만 상대하다 보내고 난 후,걸려있는 옷에 묻어있는 쵸콜릿 자욱이나
얼룩을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있다.
그것 또한 허허 웃으며 지나가야 할 일일지...

오늘 들어온 손님의 아이는 먹을 것을 들고 오지는 않았지만 들어오면서부터
졸린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한 서너살 정도의 남자 아이..
아주 작은체구의 미시엄마는 벽에 걸린 작은 싸이즈의 옷을 원해...
일일이 의자를 밟고 올라가 떼어 입어 보고...
다시 다른 옷을 떼어주고...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가만 있으라 하니...
아이는 울면서 가게 안을 휘젓고 가만 있을 생각을 안한다.

마침 탁자 위에 있던 요쿠르트 두개를 주면서 먹으라고 한 내가 잘못인지...
먹다가 흘려 나는 또 그것을 닦기에 바빴고...
또 입어 본 옷을 봐주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너덧개의 바지와 반바지 두개정도를 입어보고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계산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팔기라도 했으니...

그녀의 일터(18)...참아야 하느니라

또 한 손님...

그역시 미시인 듯...
혼자 왔지만 며칠 전에 와서 예닐곱 벌의 바지를 입어보고 간 손님이었다.
그때 무척 속이 부글부글 끓긴 했지만 마음속으로 허벅지에 바늘 대가며
참았었는데...오늘 또 들어온다.

"그때 그 바지요....한번 더 입어보고 사려구...."
하고 말을 하지만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물론 그녀 모습은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래서 그때 그 바지를 하나만 입어보고 사면 다행일까...
역시 또 대여섯개를 더 입어 보는데...
그녀의 모습이 어땠을까...
점점 더 구겨져 가는 안면근육을 손님은 봤는지 모르겠지만....
보든 못보든...어쩔수 없는 그녀의 표현이었다.

결국 하나를 고르긴 했는데...또 싸이즈가 문제였다.
맞는 싸이즈를 입어보더니...

"너무 크지 않아요? 늘어 날텐데......"
아래싸이즈를 내 주었더니 또..

"너무 딱 달라붙지 않아요?...어떤게 나을까요..."

그녀 입에서 무슨말이 나오랴...

지칠때로 지쳐있는 모습에서 나온 말은..

"알아서 고르세요...."
정말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참다 못해 나온 말이었다.

아마 며칠전에 왔다 간 시간을 합치면 한시간 반 정도일까...
4만원대의 바지값을 계산하면서 그 손님은 말을 한다.

내가 산 바지중에 제일 비싼 바지라고....

비싼 바지든 싼 바지든.....에구 빨리가지구 가 버렸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은 왕이라고...자기 자신을 세뇌시키면서 시작되었던
그녀의 의류판매도 1년 반정도 되니 밖으로 표출되는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수가 없다...

이런 손님들이 가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쑥 빠지면서 눈물이 난다.
한두번 겪은 일도 아니건만....

이럴때....어데든 가서 발악을 하고 나면 개운할려나..

휴.....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오늘도 수십번 되뇌인다.

그녀의 일터(18)...참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