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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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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잃어버린 사람들


BY Suzy 2000-12-27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유난히 그리움이나 눈물이 많은 사람이 따로 있는것 같다.
나도 그중 하나다.

어려서는 동네 상여가 나갈때 따라나서며 어린 가슴이 아려 멀리 동네 앞으로 만장이 안보일때까지 상제들보다 ?喚?흐느꼈던 기억이 있다.

어릴적 같이 자란 고향 친구의 어머니가 아직 생존해 계신다.
이순을 휠씬 넘기셨지만 아직 정정하셔서 나하고 가까운 이웃동네에 사는 친구집에 가끔 찾아오신다.

그분은 일제하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고등교육을 받으셨으며 아직도 노인회 간부일을 보신다는 인텔리시다.

나는 신문을 읽을수 있고 한문 편지를 손수 쓸수있는 그분을 어려서부터 존경했다.
아마도 내 부모가 무식해 나의 지적 허기를 채워줄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분이 친구네집을 방문 할때마다 난 전화로나마 통화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항상 바삐 다녀 가셔서 짬을 낼수가 없으시단다.

하기는 오랫만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나들이를 하셨으니 찾아볼 사람과 들를곳이 좀 많겠나? 하지만 난 항상 안타까워했다.

내 어머니 같이 보고싶었다.
아마 돌아가신 울엄니를 대신할수 있을지 모르는 기대감은 아닐런지...

모처럼 그분을 만날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친구 딸의 결혼식, 그러니까 외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그분을 식장에서 찾아뵐수 있었다.

난 눈물이 먼저 고여들어 억지로 침착하려 애쓰며 그분 곁으로 다가갔다.

"어머니! 저 **이예요" 난 더이상 목이메어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오, 니왔나?" 그분은 여전히 조용하시고 깔끔했다.

먼길가신 내엄니 생각이 울컥 치올라 할말을 잃었다.
난 그분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야 야 저 앞은 가족석이니 앉지 말거레이"
그분의 현실감각이 잔인하게 나를 일깨웠다.

"너그들은 저 뒤쪽으로 앉아야 하는기라"
"예?" 난 무릎에 경련이 일어 주저 앉으려고하는 자신을 간신히 가누었다.

"예에, 알았읍니다" 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분이 가리킨 빈 테이블에 앉아 실없이 헤푼 웃음을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내가 꿈꾸던 재회---- !!!

그분은 내가 푼수없이 가족석을 차지할가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 허탈감! 난 자꾸 웃음이 나왔다.
큰일을 치루느라 경황이 없다지만 그건 냉엄한 현실이었다.

식이 끝난후, 난 그분을 뵙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어쩌면 그분은 내 감정과는 다를수도 있을테니까 그게 그분에게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직도 철없는 어린애로 보였을가?)

며칠전 그분이 친구집에 오셨다.
아마도 오래 머무실것 같다.
그러나 난 전화하기도 싫고 더군다나 만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넘치던 그리움은 어딜 갔는고?
말갛게 청소된 내 가슴속 빈방을 쓸쓸히 둘러본다.
이제는 아프지도 않고 못만나 안타깝지도 않다.

나를 꿈속에서 일깨워주신 그분께 감사한다.
확실히 치료된 또하나의 그리움!

넘쳐나는 실없는 정을 다독여 뒤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가슴에 박힌 그리움 한점을 지울수 있다.

그러나 왠지 인생이 슬프고 쓸쓸하다, 바보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