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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싸우고 난후...


BY narraly 2000-12-27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까 한 이십년 전쯤
나의 문제로 옆집 아줌마와 엄마가 아주
원초적인 모습으로 싸우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
그당시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이
너무뛴다는 이유로 아랫층 새댁과 한바탕 말씨름을
해야했다
누구의 승리도 아니었다
다만 서로에게 상처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앙금만이
남았을뿐...
내가 생각해도 우리 아이들이 거실에서 뛰는 문제만은
통제가 되지 안는다
항상 아랫층 새댁에게 미안 마음이 있었건만
요즘 부쩍 예민해진 새댁의 말에 나의 입술이 범죄하고
만것이다
순식간에 쌈꾼으로 돌변한 나
여자는 안무서워도 아줌마는 무섭다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나 자신조차도 놀라지 안을 수 없는 말말말...
배에 은행까지 넣어 잘 담근 김치 한쪽 들고가
화해를 청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머리로는 되는데 나의 가슴은 허락치 아니하고
집안 구석구석 나의 양심을 자극하는 회개의 글들.
"믿음 소망 사랑"
"아버지여 나의 부족함을 용서 하소서"
"나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인내하게 하심으로" 등등...
아뭇튼 누구와 싸운다는건 참는것보다 훨씬 못한 기분이다
아랫층 새댁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할지...
남편은 고민에 빠진 내게 도움도 안되는 말 한마디를
던진다 "니 쌈박질 좀 고만해라"
"피! 내가 언제 싸웠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