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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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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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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에


BY 서씨아줌마 2000-12-27

나는 어릴적에 교회에 다녔었다.
나 어릴때 시골에서는 문화혜택이라는것을 받을만한 곳이 주일학교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나는 참 많은것을 배웠었다.
점점 자라서 중고등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때가
역시 성탄절이 아닌가 싶다.
그때는 눈이 참 많이도 왔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발목까지 눈이 쌓여서
우리 학생들은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나면 교회앞에서 기차 정거장 앞까지 그 긴길을 눈쓸기를 했었고
더워서 벌개진 얼굴로 기쁘게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 아침에 보았던 종탑옆의 소나무에는 눈꽃이 마치 무채를 얹어놓은듯한 모습으로 서있었는데..
성탄절 새벽에는 새벽송을 돌았는데
시골은 보통 10리 정도는 기본이고 더 멀면 30리 까지 걸어서 새벽송을 돌아야 했다.
그때는 차도 없었지만 우리 학생들은 넘치는 힘에,
또 몰려다니는 재미에 먼 곳을 마다않고 자원해서 새벽송을 돌았었다.
내가 자란 곳은 우리나라에서 춥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겨울이면 영하 20도는 보통이었는데 그 추위에 차도 없이 걸어서
2~30리씩, 그것도 좁은 논둑길로 반은 졸면서 반은 노래하면서
걷다가 신자 집을 찾아서 '고요한밤, 거룩한밤 어둠에 묻힌밤...'
노래부르고 들어가면 어른들이 끓여 주시던 라면의 뜨겁던 국물맛!
마시고 나면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잠이 사르르 오지만
다시 힘을 내어 길을 나서곤 했던 그 밤.
어느덧 나이는 40대를 훌쩍 넘어 50대로 가는 중간의 길목에 서 있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을 떠나
낯선 고장에서의 세월도 20년을 가까이 하고 있는데
해가 어스름한 오늘같은 저녁에
왠지 그때가 아스라히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