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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잔치는 끝났다..


BY 올리비아 2001-09-04

서른 잔치는 끝났다..
요즘들어 갑자기 이 책제목이 자주 떠오른다.

얼마전 난 서른아홉의 생일을 맞히했다.
매해 그렇듯히 식구들과 외식을 하려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추어 나가려고 하니
아이들이 갑자기 자기네는 안가겠다면서
엄마만 다녀오라며 등을 떠민다..

"..참내..괜찮아 분위기 안잡아도 되니까 같이 가자..ㅎㅎ"
"아냐 우린 그냥 집에서 있을께 대신 피자 한판만 사주고 가"
녀석들..말을해도 마치 큰선심이라도 쓰는양 의기양양하다..

언니의 보이지않는 압력에 녀석들 눈치보며 인사를 한다..
"다녀오세여.."

시간에 맞추어 아파트앞으로 내려가니
남편의 차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
하며 차문을 열자 내가앉을 그자리엔
커다란 장미꽃바구니가 그곳에 앉아있지않은가...

"어머.."
"참내..왠일이야 이런것도 다사줄도 알고,,ㅎㅎ"
그는 쑥스러운듯 괜히 뻣뻣하게 말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주는거야..
너 이젠 삼십대의 마지막으로 맞는 생일이잖아.."

그말을 듣는순간 가슴이 왜그리 시큰하면서 가라앉던지.
"음 ..그러고보니 그러네..자기 너무 잔인한 선물한것같다.."

한동안 할말을 잃고있는 내게 조그만 쇼핑백을 건네준다.
"이건 뭐야.."
그건 언젠가 외국에서 사와서 한번 써보았었던 샤넬5향수가 아닌가..
"왠향수?? 에구 참내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구,,ㅋㅋ"
"에이..왜그러냐 쑥스럽게.."

이젠 여자로써의 마지막 대접인듯
난 마치 묘한기분으로 선물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곧 진입할 사십대라..
마지막 삼십대의 향연을 펼쳐보이듯
너무 화려한 향기와 반대로 난 잠시 가라앉는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잠시 말을 잃고 있던 나는 순간 마법의 최면에 풀린듯
남편얼굴 가까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자기말야..저꽃값 얼마 들었어?"
"음..얼마 들은거 같아?"
"글쎄 39송이면 한5,6만원은 넘었겠네?"
소리없이 그냥 웃는 남편을 향해 다시 또 묻는다.

"저 향수는 얼마줬어?"
"왜 자꾸 묻냐?"
"그리고 향수는 무슨 향수야..자기 몰랐어? 내몸에선 향수안해도
늘 향이나는 여자라는거 모르남??"
"으이그 ..저공주병 언제나 나을런지원..ㅋㅋ"
"내병은 내가알아..난 불치병이야..근데 얼마줬냐니까~~"
"8만원.."
"에구 내가 미쳐..그돈이면 기초화장품 세트사고도 남겠다.."
"너 예전에 그향수 쓰면서 좋다고 했잖아.."
"그거야 프랑스갔으니까 기념으로 사와서 써본거지..글구 거기는
가격도 여기보단 훨씬 쌌었구..에구..돈 아까워 미치겠네.."

많이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남편이 기념일날 꽃사오는거 보고 가만히 있지못하고
아내들 돈돈돈 한다는말..

나도 그런이야기 들으면서 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했었건만 참을라니 가격이 궁금하고 가격을 아니
무척 아깝다라는 이 말씀이다..

2절까지 잔소리하려다 무지 참고 그냥1절로 마쳤다..

지금 거실에 모셔논 꽃바구니의 장미꽃들이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

시든꽃을 보면서 영 기분이 안좋다.
마치 내자신을 보는듯해서 말이다.

이영감 뜻깊은 선물이 아니라 정말 잔인한 선물을 내게 주었군..ㅎㅎ

쓴웃음이 가을바람처럼 쓸쓸하다..

어디서 읽어보았던 글귀가 문득 생각이 난다.

.....꽃이 아름다운건 시들기때문이다....

그래 시들지 않는건 꽃이 아니지..

화려하고 아름답기에 꽃이고 꽃이기에 또 시들어감이니라..

그렇게 서른아홉송이의 장미꽃이 소리없이 시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