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높이가 가슴까지 내려온 날이면,
나는 빨래를 삶는다.
독하디 독한 가루비누에 변색 되어버린 솥단지를 꺼내놓고
그 안에 도너츠모양으로 빨래를 말아넣고는
표백제가 섞여 점점이 푸른, 점점이 붉은 가루비누를
풀어놓는다.
이윽고,빨래가 끓기 시작하면 온 집안 가득히 표백제 냄새가
퍼져나간다.
그 냄새에 내 몸도 내 마음도 청결해진듯 느껴진다.
깨끗하게 삶아진 빨래를 헹구어내어
마당으로 나간다.
하얘진 빨래들을 보며 엉클어진 머릿속과 그리움으로 사무친 가슴도
하얗게 삶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온 몸이 저릿저릿 하다.
널려진 빨래는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며 아우성을 쳐댄다.
들키기 싫은 나의 속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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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울적한 날이면
나는
빨래를 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