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딸, 딸,딸,아들,딸,딸.
이렇게 우리 시어머님은 18년 동안 일곱의 자녀를 두셨다.
딸 둘을 낳고 남편은 군대로 가고...그래서 둘째 딸과 셋째 딸의 터울은 여섯살 차이가 난단다.
그리고 시동생 둘,시누이 둘을 칠남매와 함께 키우시다 보니 애들 쌈이 어른쌈 되고, 애들 학교 들어가고 키우다 보니 도시락을 열댓개씩 쌀 때도 있었고...............겪어온 얘기를 책으로 매면 열권도 넘는다는 말씀을 몇 번은 들었다. 그래서 그런 얘기가 나오다 보면 이젠 그 담 얘긴 안 하셔도 무슨 말씀을 하실지 그 담은 내가 대신 이어갈 수도 있을 정도다.
결혼 하고 한 사년 정도 지나보니......하긴 겪지 않은 얘기도 책으로 매자고 맘만 먹으면야 열 권 아니라 백권인들 못 맬까
어제도 전화하고 오늘도 전화했다. 남편이 오늘 쉬질 않아서 친정에도 시댁에도 가진 못하고, 내 할 도리를 못해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걸리기도 하고 그랬다. 엊저녁에 전화 드렸을 땐 담에 호강시켜 주면 되지, 맘만 있으면 됐다... 뭐 그런 말씀을 하시더니, 오늘 다시 전화 드렸을 땐 딸 셋이 뭣두 사오구, 옷두 사주고, 절에 같이 다녀 왔는데, 며느리는 가짠가보다. 이웃집 누구네 며느리는 시어머니랑 같이 절에 와서 연등도 같이 달더라.....
딸들이 옆에 있으니까 좋으시기도 하고 딸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그런 식으로 하시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려 하면서도 날 낳아준 어머니가 아이어서일까? 남편과 나와 아기가 잘 되려면 생년월일시를 알아야 하고 메리야스 입던것을 태워야 한다면서 보내라며 묻기까지 하시던 분이 오늘은 막상 아들, 며느리가 다녀가지 않으니 내심 서운하시긴 하겠지. 그래도 고부간의 사이가 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면 쬐끔의 형식적인 인사치레로라도 낼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해주셨으면 조금은 더 친밀감이 느껴졌을텐데 나또한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았다.
서운하실때는 "며느리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고..........."란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지금 내가 시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 또한 ""안의 말이다.
오늘은 유난히 전화도 없이 남편의 퇴근 시간이 늦었다. 두어번 휴대폰을 했는데, 받지도 않고........ 워낙 표현에 서툴고, 쑥스럼 많이 타고, 무뚝뚝한 남편이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맘 한편으로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도 되었다.
다시 전화를 할까 하는데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 당면이 있길래 딸내미랑 같이 잡채를 해서 먹고 치울때쯤 남편이 들어왔다. 잡채를 싫어하는 남편왈 "왠 잡챌 다 해 먹냐?"
진짜 그렇게도 되는 걸까? 내 생일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내일이 그날인줄을 모르는 걸까?
결혼 몇년째인거랑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내 맘은 많이 가라앉아 있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