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으로 이사를 오고 동선이 알수 없게 엉겨 버렸다.
아직은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은행이나 기타 잡무를 처리할라 치면 읍내엘 나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탓이다.
서울을 벗어난 중소도시의 사정이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읍내를 중심으로 새로 생겨난 주거지가 형성 되어 있는 꼴이므로
무슨 일이 있으면 읍내를 나서야 하는게 이곳 사정이다.
마석읍에서 걸어서 이십여분 이면 걸어 다녀도 괜찮을
거리겠다. 하지만 길이 신통치가 않다면 말이 달라진다.
무슨무슨 스탠드바에서 광고전단을 붙인 모양인지 야한 사진이
쪼르륵 걸린 그곳은 한낮인데도 음침할 정도여서 거기만 아니면
정말 시간이 더 걸린데도 오히려 낫겠다 싶은 것이다.
그러니 난 정말 자전거를 배워야 했다.
여기 아파트 입구쪽에서 읍내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한시간에
한대가 오려나..길을 가르쳐 주던 사람들은,
차라리 걷는게 나을거예요,했었다.
자전거를 큰맘먹고 샀다.
차안에 넣고 다닐수 있게 접이식 자전거를 한대 마련을 했다.
자 가 용... 그래, 나만의 자가용이 생겼으니
자동차운전면허도 없는 내가 자전거 운전면허라도 빨리
따야지 이거 빛의 속도로 나아간다는 정보 통신이 선진국민의
입장이 말이 아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아이 자전거도 더 큰걸로
바꾸어 주었다. 어린이날 선물겸 해서다. 아이는 컴퓨터 시디를
원했지만, 노란 파란 색색이 예쁜 새자전거가
맘에 드는지 당장에 엄마 자전거 타는거 가르쳐 주겠다며
집앞 중학교 운동장으로 가자 그랬다.
편편하게 잘 골라진 운동장엔 농구하는 아이들 몇명 말고는
쨍쨍 내리쬐는 태양빛 말고는 아무것도 거칠게 없었다.
자전거 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어어.. 하는사이 이쪽으로 넘어지고 저쪽으로 넘어지기를
두어시간. 더이상 나아지지가 않을것 같아 내리쬐는 태양빛으로
벌개진 얼굴 만큼이나 마음도 달아 오르는것 같았다.
자전거 타는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아이는 저만 혼자 새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벌써 몇 바퀴채 돌고 있었다.
'엄마아, 넘어 질때 반대쪽 손에 힘을 주고 ,,,'한마디만 던지고
또 저만치 앞서가는 녀석이 얄미울 정도였다.
'엄마아,발을 이렇게 올리고 돌려야지..'다시 한바퀴를 돌고
온 녀석이 그것 밖에 못하는 엄마가 한심했는지 한마디 던지고
쌩 지나간다. 이젠 얄미운게 아니라, 그 자전거 타는 솜씨가
그렇게나 부러울수가 없었다.
나는 언제 저렇게 타보나.
이런 솜씨로, cf처럼,영화처럼 자전거를 타겠다고 꿈에
부풀었던 어젯밤이 차라리 행복했다 싶어 풀이 잔뜩 죽는데
그날따라 햇살은 어찌 그리도 매정하게 쏟아지던지...
더이상 견딜수 없어 두어시간 그렇게 넘어지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러다, 비가 와서 못하고 일이 바쁘단 핑계를 대다가
오늘은 큰맘먹고 자전거에 올랐다.
경비아저씨가 위태롭게 보였는지 한수 가르쳐 주시겠다고 하셨다.
핸들 꺽는법에 대해 설명을 잘해주셨는데
막상 균형도 못 잡는 내가 핸들 걱정까지 할려면 아직 멀었고,
균형잡기도 벅찬데 아저씨는 페달을 빨리 밟아야 균형을
잡을수 있다며 직접 시범까지 해 보이셨다.
지나가는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못타..그냥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되는것을...'하면서 혀를 차신다.
오기도 생기고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들을
보자 욕심도 일었다.
때마침, 여자 아이가 지나가며 '열심히 하면 될거예요'라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지나갔다.
그래, 열심히 하면 될거야..균형잡기 연습, 또 연습.
아저씨 말마따나 내리막길에서 배우는게 최고라니
내리막길에 올라섰다가 그만 자동차를 박을 뻔 했으니,
평평한 길이 낫겠지 싶어 같은 길을 달리고 또 달리고...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다희였나, 그녀는 얼마나 우아하게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옆 산책로를 지나갔던가.
나도 그녀처럼 가볍고 우아하게 자전거를 몰고 아파트를
돌고 싶은 욕망은 벌써 북한강변을 한바퀴 돌았는데,
몸은 아직도 균형잡기에서 흔들거리고만 있으니 아,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조금 실력(?)이 늘었다.
오후 늦게 남편이 잠깐이나마 도와 준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금,, 아주 조금 나아갈수 있게
된것이다. 지금 다리가 얼얼하다. 발바닥은 아직도 페달을
밟고 있는 느낌이고 종아리며 무릎께에 퍼런 멍이
훈장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며칠만 더 연습하면, 그녀처럼, 하얀옷을 입고 초록색으로 물든
차밭을 지나던 cf에서의 그녀처럼 나도 자전거를 타고 숲으로 둘러
싸인 우리동네를 다녀 볼수 있으리란 기대가 들기도 한다.
근데, 자전거 쉽게 타는법 따로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