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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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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8일


BY 바늘 2003-05-08

오랫만에 친정 어머니를 뵈었다

염려했던 그대로 나를 보자 마자 울음부터 떨구셨다.

함께 동행한 딸아이를 보시고는 그사이 대나무 자라듯 커버린 손녀를 토닥 거리시고 동작도 빠르게 주머니에서 쌈지돈 부터 꺼네어 손에 꼬옥 쥐어주신다.

인정많고 솜씨 좋았던 나의 어머니!

당뇨가 있으시기에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는 좀더 혈색이 지난번 보다 안좋아 보이셨다.

사들고 간 과일과 용돈을 드렸는데 한사코 싫다시는 어머니에게 많지 않은 액수라도 전해드리고 나니 내마음이 한결 흐믓했다.

엄마~~

이리오세요 귀지 파드릴께~~

엄마는 내가 가면 언제나 귀후비개를 찾아들고 귀지를 파달라시며 내무릎을 베고 누우신다.

엄마의 힘없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가며 귀지를 파드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순간이, 이런 기회가 올것인가?

세월은 흘러간다.

엄마는 아이처럼 아휴~~ 시원하고 시원하다~~

너무도 좋아라 하신다.

먼 옛날에 내가 아이였을 적에는 어머니 무릎을 베고 이런 기분을 내가 느꼈을 터인데 이제 물처럼 흐르는 세월속에 그아이는 엄마가 되고 그엄마는 할머니가 되었다.

어머니와 나의 모습을 딸아이가 곁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와~ 할머니 귀지도 많이 나오시네요~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니엄마가 파줄때까지 그사이 한번도 안파고 있었거든~~

에구구~

아이 같은 어머니!

어머니와 딸아이와 그리고 동생이 왔다는 소리에 금방 달려온 친정언니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언제나 처럼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여전하시다.

딸아이 하는 말이

참 이상해요~~

할머니 김치찌게 맛과 엄마가 해주는 맛 그리고 이모가 해주는 찌게 맛이 다 똑같이 맛나다는 것이다.

하하 그러니?

5월 8일 오늘은 어버이날~

그렇게 어머니를 뵙고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딸아이 다정스레 한마디 건넨다

엄마~ 이다음 나 시집가면 오빠랑 살지말고

꼬옥 나랑 살아요~~

알았지?

싫다 싫어 엄마는 혼자 살거야

너나 잘살아라~~

호호 까르르~~

오늘 하루 내어머니가 이 못난 딸을 보시고 반가움 반 속상함 반으로 흘리신 눈물이 다시금 기쁨으로만 가득하실 날이 꼬옥 오시도록 잘 살아야 겠습니다.

꼬옥~~

오늘은 어버이날~

돌아가신 시어머니, 친정 아버님, 나를 그리도 어여뻐 해주시던 친정 할머니 모두가 그리운 날입니다.

사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