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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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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1)


BY 지젤 2003-05-03

묵 사 발 (1)

휘적휘적 얕으막한 산길에 오르면
벌레소리 풀잎냄새 서걱거리는 낙옆밟는소리...
소나무 사잇길을 따라 저끝 벤치에,
두손을 깍지껴서 목뒤에 대고 두다리 쭈욱 뻗고 누워버리면
번잡한 일상을 훌쩍 떠나 부러울것없는 이평화.
평화로움에 푹신 생각없이 젖다보면...

앗?따궈!!!
쓰블 모기...
지독시럽게 약이오른 쌔까만 산모기.

-민지야~ ( 앞동친구) 그만 일어나자.
두팔을 내둘내둘 휘젖으며 산길을 걷는데
발끝에 채이는 동글동글한거...도토리.
얼레?...도토리좀봐?
그러고보니,
등에 베낭을 메고 손에 비닐봉다리 들고 한손에 막대기를 들고 낙옆을 헤처가며 도토리를 줍는 나이든 할머니들을 여럿 만났다.

-백조야(동네에서 사용중인 닉임)! 우리 도토리나 주워다가 묵써묵자.
-난 할줄모르는데 너나 묵쑤거든 한사발만 다고.
눈에띈 도토리 줍다보니 그렇게 많은지..널려있다.
만만한 나무하나 발로차믄 후두둑!!!
주머니가 불룩해져 도토리가 도로 쏟아지도록 줍다보니
민지주기가 아까워...
나도 한번 도토리 전분을 내서 순기도 주고 옥이도 주고...
묵도 한다라 쒀서 친구들 불러다가 양념 간장에 찍어먹구 오이를 송송 썰어 쑥갓을 허벌라게 넣어 무쳐먹구,
도토리 묵으로 몇날몇일 꺽떡지게 먹어야지...

담날도, 담날도 새벽마다,
밤새떨어진 도토리를 주우러 까시나무 헤처가며
손등에 찔려가며 바지가랭이 찢겨가며...
이슬에 젖어 엉망이 된 운동화 빨아가며...
츄리닝 바지가랭이가 쌔까맣게 물이들어 빨아도 잘지워지지가않아...
찢어진 츄리닝값, 세제값, 후시딘....
에고 쓰블 도토리...
묵 몇사발 사먹고 말지...

베란다에 바구니를 쭉 늘어놓고 주워온 도토리를 수북히 널어놓고,
-순기야~ 도토리 어떻게하는거냐?
-너 그게 얼마나 공들이는건데...도토리를 깜보지마라.
-묵가루 내서 한사발 줄께~
-얼릉 까서 물에 담궈놓구 우린다음 방앗간에 가서 빠서와 그런다음 베보자기에 걸러서 다시 물에 울기믄 전분이 밑에 가라앉지, 그걸 다시 말려서....

쓰블 도토리...
디게 어렵다.

-영감 노는손, ?u지질좀 해라.
-누가 너보구 도토리묵해라했냐?...귀찮게...
-묵쒀서 실컷 먹게 해줄께. 묵이 사람몸에 좋댜~ 몸속에 노페물을 빼주는 거래~
몸에 좋다는디...
게다가 순 자연산 도토리 가루 아니것냐?

?u지질해서 껍질 까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제껏 까시나무에 찔리는 것과는 비교두 안되게 손이 아프다.
손톱밑이 쌔까매지고 엄지 검지 손고락 지문이 뭉그러지고...
에고 쓰벌....
고연히 도토리는 주워와서....
그래도 빈둥대고 노느니 얼매나 존일하는거냐...

뭐하냐구 묻는 사람마다 도토리?....
그거 누가 전문간데,이렇게 저렇게 해야되...
전문인도많다.

곰방썩는거라고 얼릉 물에 담궈 한사흘 우렸다가 빨리 하는거라고...
하룻밤은 꼬박 ?u지질에 도토리를 깠드니 어깨쭉지 아픈것이 쑤시고 결린다.

영감은 언제 묵을 먹는거냐고...
도토리 한사발을 일단 믹서에 갈아서 영감 메리야스 하나를 쭈욱~~ 찢어,
그거에 걸러서 물에 담궈봤다.
옴마야~~ 시상에나....
흐연 묵가루가 밑에 깔려 전분을 얻었다는거.
말릴것없이 물을타서 불에 올려놓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조청처럼 찐득해지는 도토리묵.
물을 더넣을까?..
주루룩~~
에고 쓰블... 죽이된거야...

파,마늘,고추를 갈아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묵이 식기를기다려도,
식어두 그게 굳냐교요~~~
죽이됐는디...
-것봐라 것봐~~ 니가 할줄도 모르면서 이게 묵이냐?...
-에이씨...나혼자 다먹을꺼닝깐 닌 먹지마라.
-그래도 한사발 줘봐라. 우욱!!~~#$^^이게 뭔 맛이냐?...
수저로 떠서 사발에 담아 간장을 뿌려 묵죽을 먹었다는거다.

-너 인자 도토리 줍지마라. 딴사람이나 실컷 줍게..

까시나무에 찢긴, 뻘건 핏줄이 쭉쭉 그어진 곱은 손을 펴보며...
오늘도 어둑한 새벽부터 도토리를 주우러 산에 올라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동트는 하늘에 큰 숨을 내쉬며,
이슬에 젖은 운동화를 탁탁 털며 내려왔다.

- 지 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