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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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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다


BY 칵테일 2000-09-19

어제는 남편이 오전근무만 하고는 1시쯤 집에 왔었다.
치과 예약도 되어 있었고, 거기서 사랑니를 빼고 난 이후엔 도저히 어쩔 수가 없는지 솜을 물고 있느라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마후라 터진 차가 치과에 있는 동안 다 고쳐졌길래, 남편에게 집으로 가져가라 하고 나는 새리미용실에 갔다.

내가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게 된 사연.

추석전부터 앞머리가 길어져 눈을 찌를 정도여서 무척 불편했다.
거울을 보면서 남편에게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짤라야겠다고 했더니 대뜸 파마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파마라..... 뭔 파마를?
반문하는 내게 남편이 권한 건 뜬금없는 스트레이트파마.

뭐하게?
찰랑찰랑하니 예쁘잖아. 어차피 머리 기르기로 했으니까, 제대로 파마해서 예쁘게 길러봐.

비싸잖아.

그랬더니 남편이 파마값을 주겠다며 이젠 아예 발벗고 나서는 거였다.

진짜루 나 파마해??

남편은 나에게 자기 의지(?)를 확인시키겠다는 듯, 자기 지갑을 꺼내와 선뜻 5만원을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든 나.

그게 추석 전의 일이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파마를 못하고 있던 내가, 돌연 파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굳이 남편에게 돈을 받아서만은 아니었다.

문득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다 보니, 이제 40되고 50되면 누가 떠밀어도 절대 생머리 못하겠지 싶은 생각이 버럭 들었던 거다.

낮에 샤브샤브를 먹으면서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 눈은, '왜 아직까지 파마 안해.....?'하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파마를 염두에 두고 망설이고 있다보니 앞머리는 길어져 눈을 찌르고, 그걸 대강 드라이로 올려놓고 있다보니 그야말로 내가 봐도 '아니올시다'인 형상.

그래서 이 뽑아 심란할 남편에게 보는 즐거움(?)이라도 주자싶어 미장원에 갔던 것이다.

내가 파마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파마약 냄새, 둘째는 파마하는 긴 시간을 기다리기가 싫은 것.

그런데 어제 간 미용실에선 모든 것이 빨랐다.
파마약 냄새도 심하지 않았고, 머리를 감겨주는 미용 보조원의 손놀림은 너무도 경쾌하고 시원하기까지 했다.

역대미스코리아를 배출한 미용실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임하는 것이 느껴져서 느낌이 달랐다.

어쨋든 나는 남자 미용사가 내 머리를 책임지고 맡았고, 그는 남자면서도 앙드레김처럼 느끼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에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난 느끼하고 중성적인 남자, 정말 질색하니까.

그렇게 파마를 했다.
그것도 요즘 젊은 애들이나 하는 생머리 스트레이트 파마를!

집에 돌아와 남편앞에 짠~하고 나타나니, 남편이 오호라~싶은 표정으로 날 본다. 이뻐.이뻐. 그런다.

아무리 형식적인 인사치레라도 좋다. 남편에게 새삼스레이 이쁘단 소리 들으니 억울할 것도 없네.
어차피 이래저래 돈 많이 쓴 날, 파마비 55,000원 더 썼다고 세상이 망할까.

미용사가 2~3개월에 한번씩은 자주 파마를 해주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정말.... 그래야 할까부다.

그런데... 남자 미용사가 내 머리 만져줬다니까, 남편의 눈이 외로 돌아간다. 어딜 만졌는데????
만지긴 어딜 만져! 미용사가 그럼 머리 만지지, 엉뚱한 데 만졌을까봐 그래????

실없는 농담. 남편은 정말 아이같다.
후후..... 치과에서 무섭다고 엄살부리는 모습이라니.
그나저나 나이 40 가까워서 이런 파마해서 망신살 뻗치는 거 아닐까??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