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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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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둥지를 틀며...


BY 빨강머리앤 2003-04-30

베란다를 통해 보니 오른쪽에 산봉우리가 보입니다.
왼쪽은 산봉우리보다 높아보이는 아파트가 가로 막고 있습니다.
본시, 온동네가 산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이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그 좋은 정경이
다 가려서 산은 안보이고 아파트숲이 그 자리를 대신한 형국입니다.
산을 바라보며 살것이라는 설렘을 안고 동쪽, 마석으로 이사를
왔는데 여기도 개발붐으로 부터 자유롭지가 못한 거 같아
씁쓸했습니다.
산의 능선이 낮고 부드러운데 어쩌자고 아파트 층수는 이다지도 높은지도
의문입니다.
마음은 정든것을 못 떠나보내고 있는데
자연스러워야 할 풍경속에서 지나치게 도시적인
모습들이 많아서 여기에 정을 붙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것 같습니다.

그래도, 공기는 해맑습니다. 공기가 달다고 해야 할까요?
어제 비가 하루 종일 내린 덕분에 온세상이 깨끗하게 목욕하고
환한 햇살에 방긋 웃고 있는 듯 합니다.

강안개가 신비롭더군요.
새벽마다 우리아파트 앞까지 찾아오는 강안개가 처음엔
가끔 그러려니 했었는데 오늘아침까지 계속해서 안개가
찾아오는걸 보고, 강이 가까운 탓이 구나 싶어 집니다.
오늘아침은 아침마다 보조가방을 들고 가는 새로운 방식을
못익힌 아이들이 보조가방을 두고 학교에 갔길래,
서둘러 아이들에게로 가는 길에 동네를 한바퀴 돌아
보았습니다.
경춘가도가 바로 앞이고 그 아래로는 이젠 메말라 버린
개천이 있고, 폐허가 되어버린 농가 너머로 채마밭이 보이고,
그위로 작은 산이 들어와 있는 풍경을 오래 바라다
보았습니다. 폐허가 된 농가 가운데 커다란 미류나무가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있어 그래도 그 배경이 지나치게
고적하게 보이는걸 완화 시켜 주는 풍경이었습니다.
아파트 한쪽에 작은 쉼터가 있고, 단풍나무가 가운데
한그루 들어와 있는 둘레로 나무벤치가 둥글게 놓여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제 비가 내려 공기중 수분이 많았던 탓인지
오늘은 오랜동안 강안개가 머물다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조가방을 들려 보내고 동네를 한바퀴
돌동안 늦게 까지 머물던 안개가 조금씩 긴 꼬리를
끌며 제가 왔던 강가로 다시 돌아가는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안개... 그것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 줍니다.
정든것, 정든사람들을 두고 떠나와서 서럽던,
이사로 지친 몸과 아음을 평화로이 안아주는 느낌입니다.

오늘, 사월의 마지막날은 햇살이 유난히
환합니다. 내일부턴 계절의 여왕 오월입니다.
아카시아 향기 짙을 오월을 예감하는 일과,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볼 주말을 기다리는
일이 가슴을 한없이 설레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