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9

최고의 동양화 ♣ 화투


BY 동해바다 2003-04-29


주룩주룩...똑 똑 똑 똑...

줄기차게 내리는 봄비가 흥건히 적셔있는 바닥을 아프게도 두드리고 있다..
볼일 있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이 봄비 속을 뚫고 누가 나올까 싶다.

어제의 더위가 사람들의 옷을 훌훌 벗게 만들더니..
비가 내리는 지금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울 정도로 스산하기만 하다.

비오는 날....
왜 갑자기 화투얘기일까..
며칠전 남편이 컴퓨터 고스톱 게임을 하면서 아들과 내가 가세를 하여 
재산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참에..
잘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나는 시시하다면서 금액이 큰 게임방으로 들어가
바닥을 내고 나와 남편과 아들에게 한참 구박을 받았다.

날새는 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숫자에 불과한 돈의 액수에 핏줄 세워가며 
빠져 있는 고스톱 메니아들..
그것이 실제 내 돈이 아니더라도 조금 해 보니까 신경이 곤두선다.
아들과 남편이 조금씩 늘려갔던 돈을 내가 한방에 날려 버렸으니...ㅎㅎ

아들 왈...
"엄마는 통도 커...어떻게 점에 2,000원 짜리 방에 들어가서 해.."

"내 돈도 아닌데...뭐 어떠니..그렇게 해야 금방 벌지..."

"엄마가 벌었어? 다 잃고 났으면서 그러네..."
에궁.. 모자간의 대화가 이렇게 오가니 남편은 옆에서 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화투...
가족간의 화목을 도모하기 위한 오락도구로만 쓰인다면 그 누가 뭐라할까..
도가 지나쳐 도박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한 화투이다.
어느 누군가가 그랬다.
화투 48장에는 재치와 유머, 상상력이 잘 표현된 최고의 동양화라고 말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그림하나 하나에 들어있는 일년 사계절 자연 섭리와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화투를 혹자는 천한 사람들이나 하는 놀이라고 평하는 이도 있긴 하겠지만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며 이것 또한 과하지 
않게만 한다면 즐거운 오락게임이 될수도 있다고 본다.

어린시절 나는 아버지에게서 화투를 배웠다.
원래 노름을 하지 않는 분이셨지만 친척분들이 오시면 잠시 어울리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아버지께 가르쳐 달라고 졸랐었다.
그때 아버지는 내게 '육백'이라는 게임을 가르쳐 주셨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름만이 생소하게 내 기억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선머슴아처럼 밖에서 남자 아이들과 딱지치기, 구슬치기하며 놀던 나..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집에 앉아 만화책 읽기 아니면 화투를 꺼내어
장난을 치곤 했었다.
그 모습이 보기싫어 나보다 일곱살 위인 오빠는 그것을 뺏어 어디엔가 숨겨놓곤 
했는데...
지금도 가끔 오빠를 만나 얘기 꺼내다 보면 재미있는 웃음보따리 중의 하나로
화투가 자리잡고 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도 화투를 게임도구로 이용한 적이 있었다..
같은그림찾기..
도둑잡기 등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신기해 하는 아이들의 기억력과
순발..재치를 끄집어 내곤 했었다.

같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게임, 화투가 이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수 있는 게임이 되고 있다 하니 점점 더 드넓은 세상 속으로 나아가기 보다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 그 속에만 파묻혀 지내려는 요즘 세대가 안타깝기만 하다...
나 역시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랴...

48장의 화투 속에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듯, 수양버들에서 난초꽃으로 바뀌어가는 
길목이다...

그 길목에 때아닌 봄비가 굵은 빗줄기를 퍼부어 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