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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연가


BY 아침커피 2003-04-25

비오는 날의 연가


쉴새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마치 주인을 기다린듯
조금만 방치해 두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빼곡한 문서들
그런 가운데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못해 경쾌하게 들려
괜시리 기분이 들뜬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런 날은 혼자라도 좋아
단조로운 날의 전주곡이라도 울려주는 것 같아
자연의 고마움을
한층 더 느껴보기도 한다

만약에 이런 날에 
혼자 집에 있다면
우아하게 차를 마시거나
창밖으로 비춰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거나
아니면 최대한 고운 화장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나
혹은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근사한 데이트 신청을 할텐데

마음 속의 풍경을 그려보며
이런 사치가 내게 있었는지
이런 여유가 내게 정말 있었는지
마치 내가 
기억상실증 환자 같은 느낌마저 든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달려왔을까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행여라도, 옆 혹은 뒤를 돌아보면
갈길을 잃을까봐
갈곳을 몰라 헤메일까봐
알고도 모르는 척
두려움에 내가 놀라
내가 쓰러질 것 같아
그렇게 외면하며 달려왔건만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 
세월은 언제나 그랬다
묵묵히 인내하고 견뎌내는 것이
마치 숙명인듯 가르쳤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먼지처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놓고도
타인처럼 늘 침묵하는
세월이 야속하고 미웠다

누구인들 외로워하지 않고
누구인들 괴로워하지 않고
누구인들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인생을 말하고
세월을 말하지 않았을까만
삶이란 긴 외로움의 줄다리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듯
외로움 앞에 우뚝 서는
더 늦기 전에 홀로서는 법을 배워야 하리

이 비가 그치고
또 맑은 햇살이 
내 마음의 창을 비추는 그날이 오기까지
숙연한 마음으로 
하루를 섬겨 살아야 겠지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난 또 아무일 없듯이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에세이방 여러님들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 봤어요
너무 반가워요
우리 사무실이 2층 조립식 건물인데
지붕에 내려앉는 빗소리가
꼭 어릴적 그 빗소리 같았어요.
남은 하루도 행복하셔야 해요
꼭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