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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담(2)


BY 시냇물2 2001-08-29


= 나의 담은 작고 낮았기 때문에
= 어떤 사람들은
= 담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 그래서 담에 부딪혀
=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또 어떤 사람들은
= 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 마구 넘어와서
= 나에게 아주 가까이 접근해 오더군요.
= 그럴때마다
= 나는 몹시 부담스러웠어요.
= 결국, 나는 담을
= 더 높이 쌓게 되었습니다.

<담>의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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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부터 참으로 내성적이었다
겉으론 명랑한척 하지만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곤 했다
나와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같이 이야기만해도
나는 상처를 받았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나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못햇다
마음은 교과서가 아님에도
머리는 교과서처럼 되려고 애를쓰니..
항상 내가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곤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러한지 모르겠다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그러나 지금의 이 상처를 냄은
지금까지의 곪았던 환부를 도려냄과 같은것이었음 좋겠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것이
지금 비록 나에게 고통이 된다 할지라도
훗날 아물 수 있는 고통이길 난 바라고 있다

어젠 참으로 하루종일 힘이 들었다
답답한 하루였다
시원하게 소리내어 울고나면 힘이 솟구치고 개운하련만
울음도 터지지 않는다
왜 난 소리없는 눈물만 나는지..
친구가 너무도 그리웠다
어제 밤엔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고교3년동안 내내 친하게 지낸 친구였었는데
친구는 대학으로, 난 직장으로
서로 길이 달라 연락이 없다가
작년에야 연락이 된 친구이다
작년 여름에 가족들이랑 우리 집에 왔었으니
올해도 오려나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몇번이나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친구에게 나의 이 참척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몰라
계속 연락을 미뤄오고 있었던 친구였다
전화를 하자
친구가 받았다
그냥 잘 있었냐고 아무렇지 않은 듯
왜 놀러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그 순간
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왜 이렇게 시원할까?
한달전에 들었지만 좋은일이 아니라 전화를 해야지 하면서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도 셋째를 가질까하다 유산이 되었다고..
고마웠다
부모 형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참척에 대해 이야길 하면서 이렇게 눈물을 흘리긴 처음이다
이렇게도 시원한걸...
왜 그리도 사람앞에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삼켰던가
내가 무어 그리 잘났다고
나 아직 동네도 못나가고 있다고..
전화 받는게 가장 겁난다고.. 이야길 했더니..
사람들한테 인사받는게 제일 싫제?라고 한다
친군 학교시절부터 자신보단 남을 배려하더니
이렇게도 잘 아는구나싶다
근데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위로한답시고 도리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내 속내를 조금이나마 풀어놓아
마음이 후련했다
전화를 끊고
몇번이나 고마워 고마워 마음으로 했는지 모른다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난 참으로 이기적이다
얌체같음이 어쩌면 나에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속내를 털어놓을만한 친구가 없었다
아..
나도 나의 구석 구석을 이야기 할 수있는 친구가 있었으면했지만
그렇게 원하면서도
내가 먼저 나의 맘을, 나의 담을 허물지 않으니...
내가 힘들고 괴로울때
사람에게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하면서
나를 스스로 달래곤 했었다
나와 가장 친한 그 친구에게조차 난
나의 맘을 모두 열지 못했었다
<담>의 글처럼
그 친구에게조차 난
작고 낮은 담을 쌓아놓았던것이다

이젠
친구에게 내 담을 허물어버릴수 있겠다
조금씩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나의 담을 허물 수 있겠지..

오늘도
난 딸아이의 즐거웠던 일기장을 본다
소리내어 울기도 한다
우는중에 전화가 와서 그 전화를 받아도
울지 않은척 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나ㅢ 담을 허무는 소리가 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