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이니 열풍이니 하면서
연일 귀추가 주목되던 로또복권
그것만 돼봐라 지금껏 고생한거 다 갚아줄테니
괜시리 고생하는 아내가 미안한 듯
큰소리 뻥뻥 쳐대던 우리네 가장들의
짧은 무용담이 너절히 흘러나오던
종잇장의 일시적 혼란스러움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하리요.
여하튼
일주일 내내 커다란 사발에 김치국 철철 넘치게 마셔놓고
하루에도 대여섯채씩 기와집을 지었다가 부수고
신축했다 재건축하고 그러면서 호기로운 당첨날을 기다린다.
누군 얼마주고 어디다 집을사서 거기에 들어갈 가구까지
상상하면서
그야말로 행복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복권 추첨일
티비앞에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앉아서
침침한눈 비벼가며
저것이 내가 적어낸 숫자하고 맞아떨어져야 할텐데
침까지 바작 바작 마른다.
현란한 숫자들의 용트림은 자신이 써넣었던 숫자를 멀리한채
ㅎㅎㅎ 비웃으며 한 장의 쓸모없는 종잇장으로 추락한다.
한없이 밀려오는 허탈감에 작은 종이쪽지를 구기면서
현실을 직시한다.
내 주제에 내 팔자에 무슨 거금이 이휴우 ~~
긴 한숨은 한 장의 종이쪽지위에 얹혀져서 힘없이 사라진다.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 거금에 대한 환상 때문에
직장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도 그나마 일축할 수 있었고
동료들과의 회식을 만찬으로 장식하고 싶어했을 우리네 가장들
그러나 쉽게 들어온 불로소득이 가져올 불행의 부가가치는
왜 생각해보지 않는건지..
얼마전에 춘천에서 경찰관이 그야말로 로또로
횡재의 꿈을 안았다는 보도는
신문과 뉴스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맞벌이 부부로 단란하게 살아가던 그 가정에 생각지도
않던 횡재가 다가오면서
행인지 불행인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도망치다시피 현실 도피자가 되어야했다.
누군가가 날 쫓아오지 않을까 피해망상에 걸려 흠칫 놀라고
흠칫 당황하는 생활은 어쩌면 종전의 평범하고
자유로운 생활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은 적당히 어느정도 궁핍하지 않을정도래야 불안하지 않고
불행하지 않을런지 통이 작은사람의 소심함인지 모르지만
너무 많은 돈으로 인해 마음고생하며 피신처를
찾아 떠나는건 왠지
서먹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마음고생 할 때 하더라도 그만한 돈이나 만져봤으면
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복권에 끈적한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많음은 지난날
우리삶이 너무나 가난함으로 한이 되어선지 욕심이
넘쳐선지 분간하기 힘들다.
적당히 적당히를 외치면서 현실에 안주하자고
떠벌리면 위선자일까?
돈 그것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쥐락 펴락의 위력을 가졌다는건 안다.
그렇지만 그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연금술을 가진 돈으로 인해
불행해지긴 어째 싫다아 ~~ 무섭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