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Dad!"
여름방학을 맞아 순이와 함께 서울 외가를 다녀온 둘째와 셋째가
공항 출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반갑다고 두팔을 벌리며 안겨왔다.
"잘 놀다왔니?"
"네!", "네!"
"당신은?"
"나두 좋았지!!"
3주 동안 친정 부모님,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과 회포를 잘 풀고 온 듯
밝은 얼굴로 돌아온 순이를 보니 덩달아 흐뭇해졌다.
집으로 가는 길!
차 속에서 애들이 외가 사촌들과 재미있게 지내던 얘기를
같이 간 듯 즐기고있는데,
갑자기 막내인 아들 녀석이 (그 당시 13살) 목소리를 깔면서 한마디 했다.
"아빠! 나, 다시는 한국 안 갈거야!!"
"안 가? 왜??"
"나, 한국사람 싫어!"
왠가? 싶어 순이를 돌아보니,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일어났던 얘기를 했다.
셋째가 평소대로 둘째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주위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부모의 고국을 방문한 2세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게 못마땅한 눈치들이었단다.
그러던 중, 어떤 아주머니가
"어쩜! 한국애들이 한국말도 못하니?" 하시고,
표현력은 부족하지만 알아듣는 것은 별문제가 없는 애들이
그 아주머니의 말을 알아듣고 머쓱해하고,
주위의 싸늘한 눈초리에 그 다음 역에서 내리고 말았단다.
이곳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은 대부분 비슷한 언어공부 과정을 거친다.
바쁜 이민생활에 애들과 많은 말을 나눌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 대신에
어린 아이들은 한국에서 돌봐주러 오신 할머니나 가정부에게서 말을 배운다.
남미 출신 가정부가 있는 집의 애들은 덕분에 간단한 스페인 단어를
알아듣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쓰기 시작한다.
할머니나 부모에게서 배운 한국말은 대부분 간단한 '가정 대화'에
국한되어 있기에, 커가면서 생활반경이 커지는 아이들이 자기의사를 표현하기에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가끔 투철한 '뿌리 사랑'의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 덕택에
한국말을 꽤 잘 하는 2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민자들에게는 부러운 일이기 십상이다.
첫째는 그런대로 한국말을 잘 하지만
그것이 부족한 둘째, 셋째의 한국말 솜씨가 남들 앞에 드러날 때,
일말의 자책감이 이는 것은 사실이나,
고국의 동포들이 가끔 그곳을 방문하는 2세들에게
조금만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들이 이곳의 사정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