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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준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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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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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라도 하지


BY 인하우스 2003-04-14

"이리 와서 따슨 밥 먹어"
"니 혼자 애둘 데리고 밥은 어찌 묵고 지내나???"

몇 마디가 없으셨다.
딸과 사위가 잠시 다니러 간 친정집에서 친정엄마는 몇 마디가 없으셨다. 들어서자 마자 애들을 얼른 받으시고 그 다음 부엌에 서서 밥상을 봐 주시느라 손은 쉴새없이 바쁘셨다.
밤새 김치를 담으셨다고 익지 않은 김치를 빛깔좋게 내놓으셨다.

엄마의 김치는 고향색깔이 난다.
시집가고 내가 담은 김치 어디에도 그런 향은 없고 그런 색은 안나오더라.

나도 조용히 신랑옆에 앉아서 밥을 비우지만 밥이 줄지를 않는다. 이제 내가 친정집에 왔네.
애 낳고 가는 친정집은 너무 변했다.

"00서방.. 장사하느라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거기서부터는 좀 엄마의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 같다.

친정엄마가 해주신 닭백숙으로 딸과사위는 부지런히 밥을 먹었다.

엄마가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항상 멀리계셨던 것 같다.
일을 하러 나가시는 엄마들이 그러하듯 ..모두 혼자 알아서 척척 해야만 했다.
유년기와는 달리 내가 엄마가 되니 ..

엄마의 일생은 참 고단하였지 않나 싶다.
엄마도 작은 슈퍼를 하시면서 그 가게에서 우리 5남매를 다 낳으셨다고 하셨지만
내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퇴원해서 집에서 산후조리 해 줄 사람 없이 달랑 아이와 나 둘 있으면서, 친정엄마는 오실 수 가 없었다. 아버지도 그랬고.

외롭다는 생각을 좀 했다. 전화라도 하시지..
전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는 장사하시느라 바쁘셨고, 딸의 전화를 기다리셨다고 한다. 지금 애들이 조금 커서 생각해보니 엄마한테 내가 많이 서운했던 감정이 있어서 나도 전화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여름에 친정에가서 엄마가 할머니로서 아이들 우유를 먹이고 " 따슨 밥 많이 먹어라"

이 소리에 난 좀 목이 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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