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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BY 용숙 2003-04-08




물이 본래 좋은 곳이라 그냥 먹어도 되지만
운동 삼아 꼭 생수를 떠다 먹는다.
물도 좋지만 물 뜨러 가는 길목은 더욱 좋아
나는 물 뜨러 가기를 즐겨한다.

어디든 정 붙이고 살면 고향이라고 했다.
살던 고향을 떠나 올 땐 낯선 곳에서 어찌 살아갈지 막막하였다.
그러나 살다보니 어디나 제 사는 곳이 고향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타향도,
그 곳을 떠났다가 다시 가보면 모든 것이 눈이 익어 내 고향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타향을 떠돌면서 배우게 됐다.
그 곳이 고향이 아닐 지라도 막상 떠나오면 낯설었던 그 곳이 다시 그리워진다.

생수 뜨는 곳에 동동주를 파는 선술집이 있다.
몇 가지의 전과 좋은 물로 빚은 동동주는
그 맛이 일품이라 가끔 한잔씩하곤 한다.
집주인은 젊은 새댁으로 어린 아이 둘에 남편과 함께 선술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외진 곳이라 손님이 언제나 들끓지는 않는다.
간간이 지나는 관광객이 잠시 들릴 뿐이었다
산세가 좋고 물이 좋아 타지에서 이 곳으로 와 눌러 앉아 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집 남자가 낚시를 좋아하여 살게 된 곳이라고 했다.
서울의 가락동 시장에서 자기 사업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이 곳이 너무도 좋아, 일사천리로 지금의 선술집을 인수하고 그 일대의 산과 얼마간의 땅을 샀다고 한다.

처음엔 외지의 젊은 부부가 한적한 산골에 땅을 샀다고 하니
토박이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처다 보기 까지 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외진 산골에 땅을 사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으니 동네 사람들이 그리 보았던 것이다.
심지어 온갖 횡포를 다 부리며 텃세를 하더라는 것이다.
동네 어느 집에선 두 부부의 산에 자기조상의 묘를 못쓰게 한다고 생떼를 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말없이 죽은 조상을 주인 모르게 남의 산에
매장까지 시키고 가버려 나중 에 안 부부가
그 일로 고소를 하게 되는 일이 생겨 몇 달을 시끄럽게
경찰서에 불려 다니느라 장사를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젊은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정착을 하고
마음을 붙여 타향에 살고 있었다.
하루종일 손님 하나 없는 날이 많건만 두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산이 좋고, 물이 좋고, 낚시가 좋아 타향살이 설움도 다 잊은 듯 했다.

나는 그런 이유로 낯선 곳에 터를 잡은 젊은 부부의 용기가 부러웠다.
각박한 서울 살이 가 아무리 싫어도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에
젊은 부부가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툴툴 털고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살기 힘들다는 요즘 세상에 산이 좋고, 물이 좋고, 낚시가 좋아
그 곳에 집을 사고,
땅을 사고 자기의 터전을 마련하는 그 들이 내겐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 다를 것 없는가 보다
요사이는 동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선술집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그 곳의 자연이 좋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자신의 또 다른 고향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