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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터(16)....무 제


BY 동해바다 2003-04-08

그녀의 일터(16)....무  제


"4월
잠투정하는 어린애처럼
비릿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하고 
쌉쌀하고 풋풋하고 핑그르르 눈물돌던 것들       
다 사라져버린 4월 그리움"

4월...그리움....
음악을 듣다가 시낭송 하나 귀에 쏘옥 들어와 옮겨 본 싯귀절이다.

그리움 한바구니 담아 그녀에게 살포시 안겨다 주고 가는 봄.
꽃으로...바람으로...
그리고 희미한 실루엣의 영상으로....다가오는 봄이다.

애기 속살처럼 여리디 여린 순들이 제 색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따사로운 봄이다...

같이 숨쉬며, 같이 맛보며, 늘 같이 보내고 싶은데...
숨쉬는 자연과 함께 해야 만끽할 수 있는 봄일텐데 오늘도 그녀는
삼면 콘크리트 벽 속에 앉아 난방기를 켜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바깥 온도보다 실내가 더 추워 어디를 들어가도 썰렁하고 춥다.
온 세계가 긴장속에 위축되어 있는데 추워 움츠러든 몸조차 한 몫을 한다.

사방으로 뻗치는 햇살을 몸에 담고 터덜터덜 바지 한 장 들고 수선 집으로 향한다.

오전 무렵 엊그제 사 갔던 바지를 들고 들어온 손님....
옆선이 조금 튿어졌다고 가지고 들어 왔다...
바늘땀으로 한 다섯땀이나 될까....
예...해 드릴게요 하고 보내긴 했지만 바늘과 실만 있으면 해결될 일을 여기까지 
발걸음 하는 손님을 보며 안일하게 살려는 요즘 젊은이들을 느낄수 있었다....

세대차이가 나는 것일까....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
요즘 젊은이들 뿐 아니라 우리역시 나이들수록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고 싶어진다...
모든것이 자동화로 되어가는 시대가 아니던가...

자기 손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은 스스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제스스로 할수 있게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보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편안함에서 오는 태만이라 본다.  

오죽하면 3D 업종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수선집 재봉틀로 드르륵 하니 금방 끝난다.

"바늘하고 실만 있으면 내가 해도 되는데 가져왔어요..."

'요즘 누가 이런걸 하려고 하나요...어차피 다 해 주는데"하는 수선집 아줌마....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
성실하고 야무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소수의 게으른 사람을 가지고 평가하지 말자...

옆가게 아줌마가 병아리 볕 쪼이듯 나와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다.

구두쇠 아저씨가 난방기를 집에 가져다 놓았다며  아주머니는 두툼한 쟈켓을 껴입고 
투덜거린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서향인 그녀의 가게에 햇살이 반쯤 디밀고 들어와 있다...
따뜻한 가게 안...
보금자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일터....언제쯤 경기가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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