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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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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나들이


BY 쪼그만아줌마 2003-04-05

맑은 하늘과 적당한 바람이 좋은 오후였다
토요일이라 아들이 일찍 돌아왔다
운동을 하는터라 늘 학교에서 돌아 오는시간은 늦기때문에별로 대화를 할 시간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서먹한 관계를 좋게 하고 싶어서 늘 먼저 말을 건다
그래도 딸아이 보다는 아들놈은 나와 가까운 느낌이 많이 든다
아버지를 닮아 건장한 아들놈은 든든해보이기까지 한다
중학교때부터 씨름선수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는 운동이 많이 힘든지 점점 말이 없어진다
서먹한 사이를 좋게 하려구 난 장난도 먼저 걸고 아들과 농담을 많이 하면서 가까와 지려고 애를 쓴다
토요일이라 운동이 일찍 파해서 집에 온 아들은 할일이 없는지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살며시 토마토를 가져다 주면서 "엄마랑 데이트 할래?"하였더니 아들놈은 기다렸다는듯이 그러자고 하면서 신이났다
아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빨리 나가자고 하였다
남편은 집에 있는게 편하다고 하면서 같이 나가지 않으려 했다
아들놈이 아빠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서 애교를 부리자 남편도 순순히 따라나서 주었다
나는 키가 작다
150이 안되는 작은키의 아줌마이다
남편과 아들은 키가 크다
180이 넘는 두 남자들과 나서니 그 모습이 우수워보였는지 아들은 내손을 꼭쥐면서 "엄마가 꼭 동생같네"하며 짖궂게 장난을 걸었다
서로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파트 가까운곳에 열린 장을 구경 하러 갔다
이곳은 재래시장을 재정비 하면서 길가에 난장이 길게 늘어 선다
그것을 구경하는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별로 넉넉하지 않은 호주머니가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세식구가 나왔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하루 쉬기로 한날이라 일터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까지 더해서 마음이 한껐 즐거웠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물건들을 보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고등어 두마리와 봄나물 ?p가지를 사고 세식구는 아이들 같이 즐거워했다
오랜만에 남편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가끔 내게 건내는 남편의 질문들도 즐거운 일이었다
아들은 나온김에 외식을 하자면서 나와 남편에게 응석을 부린다
오랜만에 세식구가 나온것이기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갈비집으로 갔다
우리동네에서 돼지갈비를 싸게 파는곳이 있어서 일부러 그곳까지 갔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얼마전 씨름대회에서 2등을 했었는데 그땐 돈이 없어서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었기에 오늘은 아들이 해달라는데로
해주고 싶었다
두남자가 워낙 식성이 좋아서 갈비10인분을 시켜서 게눈감주듯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남편과 소주도 한잔 했다
아들은 남편과 나에게 "조금있으면 제가 씨름 선수로 나서면 그땐 지금보다는 나을거에요 힘내세요"하면서 아이답지 않게 말을 하길래
난 눈물이 났다
나를 엄마로 생각해준다는것도 고마왔고 이제껏 남의 아들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별로 잘대해준게 없는 것 같은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키만 컸지 아직은 아이나 다름 없는데 엄마가 보고 싶지 않겠는가
나역시 자식들을 멀리 두고 와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지만 늘 아이들이 마음에 밟히는것인데, 아들인들 자기 생모가 그립지 않겠는가
미안했다 모든것이...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자기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갈비집에서 좋은 기분으로 나서면서 아들은 내손을 꼭쥐면서
엄마 힘내세요 아빠가 조금있으면 엄마 걱정 덜어 드릴거에요 하면서
아버지의 위신까지 높여 주려 애쓰는 아들놈이 대견 했다
집으로 돌아온 이시간
행복하다
가난하지만 나를 엄마로 받아들이려 애써주는 아들에게 고맙다
딸아이도 나를 이해해줄 날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내가 조금더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면 아이들도 내곁으로 올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남편도 예전의 다정함을 되잦아 주길 기다리겠다
다정하게 대해준 오늘 하루를 더듬어보면 아직 사랑이라는 것이 남아있음을 알수 있었다

내일은 맛있게 된장찌게를 끓여서 아들놈이 좋아하는 계란찜을 해서 먹어야 겠다
사랑한다 욱아
조금더 열심히 살다 보면 더 나은 날들이 내게 있으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