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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께 처음 맡긴 김장김치


BY qkrdudsk 2000-12-17

내가 결혼을 한 지 만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난 김장김치를 겨울이 되면 으례히 빠지지 않고 내 스스로 담아 먹었고 그런 나를 친정어머니께서도 걱정을 하시지 않은 걸로 안다. 그러나 나에게도 사정이 생기다보니 올해는 김장을 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올 여름부터 내가 부업을 하기 시작을 하다보니 베란다에 장판을 깔아 그곳에서 늘 배추를 절였던 우린 올해는 그곳에서 김치를 절여 담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부업을 며칠 하지 않고 김장을 담는다면, 부업을 빠진 돈과 김장 재료값을 합하면 차라리 사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장을 싸게 담아준다는 식품점에 가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터무니없이 비싼게 아닌가? 그러던차에 친정어머니께서 우리집을 들르시게 되어 그런 사정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그때 생각이 난 것은 해년마다 어머니께서 올케언니들 김장까지 담아주시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난는 내 뜻을 이야기 했고 친정어머니께서도 선뜻 그러시마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께서 배추까지 다 사다 절여 놓으신 상태에서 오빠가 사정이 생겨 김장 담는 날 도와드릴 수 없다며 직접 김장을 담지 않고 친정어머니께 맡긴 나를 야단을 치는 게 아닌가? 아울러 내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 주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저혈압으로 논에서 쓰러지신 적이 계시다는 것이었다. 난 그 말을 듣고 나서 당장이라도 어머니께 내가 담아먹을 테니 내것은 하시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이미 절여놓으신 상태이고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내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자식은 낳아봐야 다 소용없다는 말이 이젠 실감이 난다. 그동안은 제일 문제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 그래도 내딴엔 효도를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엄마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