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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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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굴비가 바뀌었어요?


BY 칵테일 2000-09-18

추석 전에 49제가 있던 날, 우리 부부는 마치자 마자 김포 환갑집에 갔었던 거 기억는지?

그 날, 남편 사촌누님으로 부터는 굴비한세트를 받았는데, 우리 부부 다른 곳에 들르느라 시아버님 차에 실었다.
그리고는 시어머님께 우리 것도 냉장고에 일단 보관해주세요 부탁했던 것.

그러니까 우리 시어머님께선 굴비 2세트를 트렁크에 실어둔 셈이다. 후후... 그런데.....
그 굴비 세트가 겉보기엔 그저 똑같았다.
흔히 굴비 세트가 그러하듯 네모진 대나무판에 분홍 보자기에 싼 포장.

그런데 문제는 그 사촌누님께서 어른들께 선물하는 것은 조금 큰 놈으로 드리고, 같은 사촌들에겐 약간 작은 놈으로 나눠준 모양이었다.

우리 시어머니도, 나도 전혀 그런 걸 몰랐다. 그냥 겉 모양이 똑같으니까 같은거려니 싶었으니까.

추석 전 날, 음식을 준비하면서 마침 냉장고에 들어있던 우리 굴비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어머님께선 당신 것은 이미 따로 따로 비닐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셨고, 우리 몫(?)은 바로 가져갈 것이라 커다란 비닐 봉투에 포장을 풀어 담아두었던 것.

둥그런 식탁에 앉아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 몫의 굴비를 손질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어머님의 표정이 이상한거다. 왜그런가 싶었는데.

나 : 어머니, 왜 그러세요?

시모 : 얘, 아무래도..... 이상하다?? 바뀐 거 같다?

나 : 네? 뭐가요?

시모 : 난 그냥 두개 다 똑같은 줄 알고, 그냥 아무거나 집어서 내 몫으로 챙겨놨는데..... 지금 니가 손질하는 거 보니 아무래도 그게 우리 거같다.

나 : (눈이 둥그레지며) 네?? 정말 그래요? 그러면 손질해서 어머니 드리죠 뭐. 다시 바꾸면 되죠 뭐.


어쩐지..... 유난히 굴비가 크다싶었다. 이 정도면 50만원 이상 되지 싶어, 사촌누님이 이번에 큰 돈 쓰셨네 싶었는데......
그야말로 바뀐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 시어머님께서는 한사코 이미 네 몫으로 한 건데, 뭘 새삼 바꾸냐면서 극구 사양하신다.

이번에는 너희가 큰 놈으로 먹어보라시며, 다 임자가 따로 있는 거네 하셨다.

그렇게 굴비를 집에 들고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웬지 죄송스러웠던 나는 어떻게 만회하나 한참 생각했다.

결국 내가 생각해낸 일은 몸으로 때우는 일.

이번 토요일에 시댁에 갔을 때는 주방을 대청소했다. 가스렌지며, 타일 벽, 싱크대 상판......
저녁 설겆이를 한 뒤, (일부러 식기세척기에 안돌리고, 손으로 직접 했다!) 주방 대청소에 행주까지 다 삶아내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어머님께서는 힘들게 뭘 그렇게까지 하냐면서도 좋아하셨다.

그래서 집에 갈땐 귤이랑 마늘까지 챙겨주셨다.

난 바뀐 굴비가 죄송하여 (물론 내가 일부러 바꾼 건 아니지만) 어머님 일손을 거들어드린 것 뿐인데, 생각지도 않게 귤이랑 마늘까지 얻어오니 민망했다.

하지만 집에서 남편과 오붓이 침대에 기대어 귤을 까먹으며 비디오를 보다보니 스멀스멀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어졌다.

까르르르.... 웃어대는 나에게 남편은 자꾸만 이유를 묻는다.

나는 그저 '그냥......' 이라며 연속 까르르르.....


누가 정말 손해본 게 있었을까?

어쨋든 이번엔 크고 굵은 놈으로 제대로 굴비 맛 한번 보게 생겼네. 행복하여라~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