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 보다
바다에 더 가깝다.
나는 내 말만하고
바다는 제 말만하여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술에 취한 바다를 적어 놓은 광목 천이 걸린 통나무집 창에,
성산 일출봉이 가득하고, 그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황금빛 모래 위에 조개 줍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빛나고 있다.
'채바다'라는 시인이 열어놓은 '시인과 사람들'이라는 통나무집 쉼터에 앉아 차를 마신다.
주인도 없는 집 한쪽 벽에 조그맣게 '차값 3,000원'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작은 도자기 그릇이 있다.
시인은 책을 보다 자리를 비웠는지, 우편물과 책들이 쌓인 빈 책상 위에 안경만 남아 있고, 미리 와 앉아 있는 사람들도 제 이야기에만
빠져 있다.
마룻바닥 가운데에 겨울을 녹였을 벽난로가 있고, 시집들이 쌓여 있다.
앉은뱅이 나무탁자에 오래된 창호지 문을 칸막이로 만들어 세워두었고, 거기엔 시와 그림이 들어있다.
통나무 집 주변에 쌓인 소주병과 맥주병은 세상 일을 두고 쉬고 싶어하는 이들의 한숨이리라.
넉넉한 자연 안에 자신을 던져 넣고 사는 시인의 삶을 보는 것이
날음식을 먹은 것처럼 속이 거북하다.
자꾸 내 삶이 초라해지려 한다.
사람들은 참 다양하게도 살아간다.
세상에 버림 받고도 살고,세상을 부여 잡고도 살고, 세상을 버리고도 살고,세상을 끌어 안고도 산다.
나도.....살고 있다.
세상을 버리지도 못하고, 나를 버리지도 못하고, 세상을 부여잡고 사는 쪽인지, 끌어 안고 사는 쪽인지 알수 없지만......
세상을 버리고 사는 시인의 쉼터에서 쉬어 간다.
시인의 삶은 시인의 삶대로 고귀하고, 내 삶은 내 삶대로
하찮은 것이 아니다.
시인이 있어 내 일상의 경직됨을 풀어주고, 우리와 같이 세상을 지키는 이들이 있어,
시인은 세상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그러나.... 참 좋다.
이대로 있으면....
시인이 절로 될 것 같다.